장군의 기상을 지닌 산방산

제주에서는 산을 오름이라고 하지만 큰 오름은 산이라고 부른다.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송악산이 오름과 구별되는 것은 아마도 그 웅장한 기상 때문이리라.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우뚝 솟아있는 산방산은 제주의 산 중에서 유일하게 풍수지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산이다. 산방산은 ‘투구형’의 주봉을 지닌 산으로 이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아이는 훌륭한 장군이 된다고. 그래서인지 이 산의 전설 역시 화살과 연관되어있다. 옛날, 한라산 정상에서 사냥하던 사냥꾼이 흰 사슴을 겨냥해 활을 쏘았다. 그런데 그 화살이 그만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들이고 말았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서 내던져버렸는데 이 봉우리가 떨어져 생긴 것이 바로 산방산이라고. 백록담이 움푹 패어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산방(山房)이라는 말은 산 속의 굴이라는 뜻인데 산방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방굴까지는 계단으로 이어져있어서 올라가기가 쉽지만 한라산의 완만한 경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상까지 오르기가 상당히 힘들다. 절벽이 많기 때문. 산방굴사 동쪽 절벽에는 마애명이 있는데 그 내용은 ‘돌 형세는 용머리를 제압하고 선승은 공허하게 까마귀 꿈에 잠겼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은 성운이 일고 영액은 방 가운데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절벽이 많기 때문일까? 이 산의 중간부인 암벽지대에는 극히 드물게 암벽식물들이 착생하여 자라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암벽식물지대에는 바위나 나무에 착생하는 지네발란과 풍란 석곡 등 난초과의 상록다년초와 섬회양목이 자생하고 있다. 희귀종인 이 암벽착생식물들은 관상용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아 사람들이 무단으로 채취하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처해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산을 내려오면 용머리해안가가 나온다. 용머리해안은 산방산에서 바라다 본 해안가가 마치 용 한 마리가 머리를 쳐들고 바다 속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모습이라 하여 생긴 이름. 이 곳에 하멜기념비와 하멜이 타고 왔던 배가 복원되어져 있다.
산방산은 산을 타는 사람에게나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나 또 일반 관광객에게나 매력 있는 곳이다. 빼어난 산세와 함께 용머리해안의 절경을 구경하고 하멜의 배까지 구경하고 나오며 한 그릇 사 먹는 ‘전복뚝배기’의 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 그리고 한가지 더. 장군을 낳고 싶은 여인이여, 산방산으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