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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수월봉

수월봉

by 한결같이 2008.07.31

눈물나게 아름다운 수월봉의 낙조
한경면 고산리에는 제주에서 가장 넓게 펼쳐진 들판이 있다. 이 들판 끝에 깍아 지른 듯한 해식애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수월봉(水月峯)이다.
이름 때문일까? 이 오름에는 유난히 용천수가 많으며 모두 약수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오름이 어머니의 병을 구하려고 귀한 약초를 뜯다가 죽은 누이와 그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던 동생의 애틋한 전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약수가 많은 오름의 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약 380년 전, 홀어머니의 병환이 효험이 없어 근심의 나날을 보내던 수월이와 노꼬에게 한 스님이 나타났다. 스님은 여러 가지 약초를 가르쳐 주면서 함께 달여 먹이면 어머니의 병환이 낫게 된다고 했다. 남매는 들판을 누비며 모든 약초를 다 구했으나 오갈피라는 약초를 구할 수가 없었다. 안타까이 들판을 헤매던 오누이는 수월봉 벼랑 중간쯤에 오갈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어 내려갔다. 동생은 위에서 손을 잡아주고 누이는 아래로 내려가 오갈피를 캐어서 동생에게 건네주었는데 너무나 기뻤던 동생이 그만 누나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수월이는 벼랑 밑 까마득한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말았는데 노꼬는 누이를 부르며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그 때 흘린 노꼬의 눈물이 바위틈을 흘로 약수‘노꼬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사람들은 이 오름을 ‘노꼬물오름’ 혹은 ‘노꼬모루’라고도 부른다.
수월봉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6각정인 수월정이 있는데 이 수월정에 앉아서 바라보는 낙조는 이 세상 어느 것 보다 더 아름답다고. 서울에서 올라 온 김미경씨는 이 낙조를 보고 ‘낙조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라며 감탄을 했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 성산의 일출도 유명하고 섭지코지 앞바다에 떠오르는 일출도 유명하지만 애수를 띠우며 사위를 불태우는 일몰에 취해보지 않고 어찌 바다를 보았다 할 수 있으랴! 수월정은 차귀도 앞바다를 관망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그림같이 떠있는 섬 차귀도와 건너편의 자구내 포구가 붉게 물드는 광경은 평생에 몇 번 볼까 말까한 절경이리라.
수월봉의 볼거리는 그 뿐만이 아니다. 북동쪽 기슭에는 천안사(千眼寺)라는 절이 있고 오름 남쪽사면에는 기상관측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일상에 지치고 메마른 나날이 지루해지면 수월봉에 올라보자. 깍아 지른 절벽 아래로 파도가 넘실거리고 하루 종일 약수를 내보내는 용천수 한 모금에 잊혀져가는 효심이 생각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수월이가 캐던 그 오갈피를 구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