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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원당봉

원당봉

by 한결같이 2008.07.31

기황후의 전설이 깃든 오름-원당봉
여인이 임신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원당봉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제주시 삼양 1 동의 일주도로에서 해안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는 원당봉은 동쪽 사면이 북제주군과 맞닿아 있어서 제주시와 북제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오름이다. 삼양동에 위치해 있어서 ‘삼양봉’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고려시대 때 원나라에서 황후까지 지낸 기황후가 이 곳에서 기도를 하여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로도 유명하다. 고려시대 원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던 기철의 여동생 ‘기황후’가 이 곳에서 기도를 한 후에 아기를 낳았다고. 만약 당신이 아기를 원한다면 이 곳의 절에 가서 기도해보자. 아기를 점지해 주기로도 영험하다는 소문이 있다. 이때 세원진 절이 원당사라는 말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원나라 때 세워졌다고 하여 ‘원당사’라는 이름의 절이 있고 ‘원당봉’이라 부른다고 하니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아닌 듯.
봉우리가 7개, 사찰이 3 곳, 굼부리 안에 자리한 연못과 보물 1187로 지정 된 불탑사 5층 석탑 등 볼거리가 풍성하기로도 유명한 원당봉. 이 오름은 모두 7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다. 앞오름, 망오름, 폔안오름, 도산오름, 동나부기, 서나부기라는 이름의 이 3첩 7봉(三疊七峰:산봉우리 7개가 북두칠성처럼 벌려 있는 산)은 노루가 많고 토질이 좋으며 풍수지리상으로도 좋은 위치라고 한다.
오름의 주봉 분화구 안에는 문강사(천태종)라는 절이 있는데 절 앞에는 커다란 원형의 연못이 한가로이 연꽃을 피우고 있기도 한다. 분화구 침식면의 와륜에는 마을에서 기우제를 지냈던 제터가 돌담과 시멘트로 둘러져 있는데 돌담은 화산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과 조깅코스가 형성되어 있어 이곳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삼양 파출소 입구에서 북제주 화력 발전소 진입로로 약 600m 쯤 가면 남쪽 정상에 산화경방초소의 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제주시의 아름다운 모습 또한 일품. 오름산책이 끝나고 나면 삼양해수욕장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삼양해수욕장은 검은 모래가 펼쳐진 모래사장이 유명한데, 원당봉에서 도보로 약 5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여름이면 이 곳에서 펼쳐지는 ‘검은모래축제’와 함께 이 모래로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이 모래로 찜질을 하면 다이어트와 신경통에 좋다고. 이래저래 한 번 들려볼 가치가 있는 오름이다.
이 곳에 올라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성지가 된 원당사지의 5층석탑에 들러 사진을 찍고 오르막길로 접어들면 앙상해진 아카시아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산비탈이 나온다. 그 소나무의 향기와 함께 제주시를 내려다보고 노루구경을 하는 것도 이 겨울 오름등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