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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

by 하루이야기 2008.07.31

4·3의 한을 가두어 둔 다랑쉬오름

돌과 여자와 바람이 많은 섬 제주. 그러나 내게 제주는 바람이다. 그 바람이 다랑쉬 산정부의 깔대기모양 굼부리 속에서 회오리친다. 제주인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4·3의 한이 모여들어 사철을 바람불게 하는 다랑쉬. 아니 바람을 가두어 둔 오름 다랑쉬…….
하늘에서 쫓겨난 거신(巨神)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들 때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줌씩 집어 놓은 것이 오름이다. 그 때문에 대개의 오름 들이 오뚝 솟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다랑쉬오름의 굼부리는 움푹 팬 모양을 하고 있다. 다랑쉬오름에 흙 한 줌을 집어놓고 보니 너무 도드라져 있다하여 주먹으로 한 번 탁 친 것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움푹 패어 버렸다고. 아래로 내려가서 보면 아끈 다랑쉬오름이 다랑쉬오름 옆에 사이좋게 손을 잡고 놓여있다. ‘아끈’이라는 말은 ‘버금가다’는 뜻인데 마치 다정한 형제처럼 보인다. 설문대할망이 다랑쉬 오름 바로 옆에다 치마폭에서 흙 한 줌을 더 내려놓은 걸 보면 이 곳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화구의 바깥둘레는 약1,500m이며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룬다,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똑같은 115m라고 하니 상당히 큰 분화구다. ‘다랑쉬(도랑쉬, 달랑쉬)’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둥근 굼부리 안에서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이 곳에서 죽어 간 사람들의 넋이 조금쯤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까? 다랑쉬 오름을 품에 안고 있는 다랑쉬 마을은 4·3의 광풍 속에서 덧없이 사라져간 마을이다. 지금은 표석만 남은 이 마을. 지난 1992년 마을의 다랑쉬 굴에서는 어린이부터 50대의 부인까지 11명의 민간인들이 마을 소탕 작전 때 굴에 피어올린 연기에 질식되어 숨진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제주민예총 주최로 위령제가 올려지고 지금도 해마다 시인들이 이 곳에 올라 위령제와 함께 그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는 시낭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한이 어찌 위령제로 풀어지겠는가! 그래서 이 곳 굼부리 안에는 이들의
억울한 넋이 회오리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곳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그 바람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얻고 있는 행원리 풍력단지가 이 곳에 세워졌고 동쪽으로는 멀리 일출봉과 우도가 한가로이 누워있다. 다랑쉬 굴에서 죽어 간 사람들의 넋이나마 확 트인 이 곳 굼부리에 올라 위로받게 하기 위함인가보다. 사방으로 트인 정상이 높이 솟아 제주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부디 이들의 원혼이 갇힌 굴속에서 나와 승천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