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름

오름 : 서부권

물장오리 오름

물장오리 오름

by 미녀나라 2008.07.31

설문대 할망이 빠져죽었다는 ‘물장오리 오름’
가슴이 답답할 때는 ‘물장오리 오름’에 올라가보자. 정상의 화구호를 돌며 제주의 풍광을 내려다보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탁 트이며 자기도 모르게 ‘아!’하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동쪽으로는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수 없이 많은 오름 들이 나지막하게 봉긋봉긋 솟아있는 제주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봉개동과 아라동의 경계에 걸쳐있으며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물장오리 오름’의 울창한 숲 속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습지식물과 야생 동물들이 수 백 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호받으며 살고 있다. 또 이 오름의 정상에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원형의 화구호가 있는데 바깥둘레가 1,500 m 인 이 화구호는 수심을 측량할 길이 없이 깊다하여‘창(밑) 터진 물’이라고도 한다. 그 깊은 수심 때문일까? 이 화구는 거구의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은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오늘은 설문대할망의 모습은 간 데 없고 마치 깨끗하게 닦은 거울 속처럼 투명하다.
한라산 영실의 오백나한과 함께 신성시 해 온 三大聖山(삼대성산)의 하나 인 이 오름의 명칭은‘창 터진 물이 있는 산’즉 바닥을 알 수 없이 깊은 수심의 호수가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이 산정의 호수를 신성시 여겨서 이 곳에 올라 소원을 빌려면 전날 밤부터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했다고 한다. 혹여 라도 일행 중에 전날 밤 술을 마신 자, 성행위를 한 자, 장례식에 다녀온 자가 끼어있으면 짙은 안개가 끼어서 산정의 호수가 모습을 감추어버린다고. 이 산의 정상에 올라 소원을 빌고자 한다면 청정한 심신으로 올라와서 제물을 올리고 축원을 드려야 하는데 만약 축원이 끝날 때까지 운무가 일지 않으면 축원이 이루어진다고. 마침 투명하게 비치는 산정호수를 둘러보며 이 아름다운 ‘물장오리 오름’이 언제까지고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기를 빌어봤다. 내려 올 때까지 운무가 일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내 축원이 이루어진 듯. 5 ? 16도로를 따라 교래리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성판악 쪽으로 1 ㎞ 정도 지나 물장오리 다리에서 구도로의 우측으로 들어가면 ‘물장오리 오름’의 입구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입구를 감추며 빽빽이 서 있는 천년수림들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들은 입구를 찾느라 상당히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러나 오름 입구로 들어서면 어느새 숲 냄새가 전신을 감싸기 시작하고 현실을 벗어나 태초의 시간으로 들어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이 천연수림을 뚫고 올라가는 어려운 산행이기에 정상에 이르렀을 때의 기쁨 또한 큰 것이리라. 일요일 아침, 등산화를 신고 이‘물장오리 오름’에 올라보자.
그리고 아무도 몰래 소중한 소원 하나씩을 산정호수 물 위에다 내려놓아도 좋으리라. 운무가 일지 않는 날을 고르면 더욱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