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오름

오름 : 서부권

정물오름

정물오름

by 소나무 2008.07.31

옥 같은 여자가 비단을 짜는 명당터, 정물오름
한림의 이시돌목장을 끼고 있는 정물오름은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로 이루어져 있다. 오름 남동쪽으로 당오름이 있는데 이 두 오름 사이는 남군과 북군의 경계라고 한다. 이 오름에는 개가 가르쳐 준 명당 터가 유명하다. 그래서인가? 개띠해인 새해에 이 정물오름이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명당 터에 대한 전설 때문인지, 오름 아랫자락으로 무덤들이 유난히 올망졸망 늘어서있어서 인상적이다. 이 명당터는 옥녀금형(玉女金型)으로서 옥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비단을 짜는 형의 명당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금악리에 살던 사람이 죽었는데 묏자리를 찾지 못해서 애를 태우고 있는데 그 집에서 기르는 개의 거동이 수상하더란다. 자꾸 이 오름으로 상주의 옷자락을 끌어대기에 지관을 데리고 가 보니 근처에서 보기 힘든 명당이었다고. 아직도 강씨성을 갖은 그의 무덤이 남아있다고 하니, 정말로 명당을 써서 좋았었느냐고 물어보러 가는 것도 좋으리라.
이 오름 서쪽 기슭에는 봉긋이 솟은 알오름이 있는데 화구 안쪽 기슭에는 예전에 식수로 사용했다는 ‘정물샘’이 있다. 이 샘은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아서 한경면 중산간 마을에서도 이 물을 뜨러 왔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물을 마시면 피부가 좋아지고 아토피 피부를 개선시켜준다는 말이 있으니 한 번 올라가 볼 만한 오름이다. 정물오름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정수악(井水岳) 즉 우물물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오름의 이름이 바로 이 샘물을 기려서 지어졌으니 물이 귀했던 제주에 그야말로 오아시스와도 같은 오름이었음을 짐작케한다.
그러나 다른 오름에 비해서 경사가 가파르며 빽빽한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서 오르기 힘든 오름 중에 하나라는 것은 각오하고 올라가 보자. 정상에 오르면 사방의 오름들이 훤히 보인다. 동쪽 가까이 이달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 그리고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또 갚아도 그만 안 갚아도 그만 이라는 가파도와 마라도 그리고 멀리 비양도가 보인다. 이 정도의 위치이고 보니 이 곳이 일제시대 군사요충지였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병술년 개띠해에는 이 정물오름에 올라보자. 개가 가르쳐준 강씨무덤에서 의리와 신뢰를 상징하는 개의 성품을 배우고 정물샘에서 물을 떠다가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주는 따스함을 보여줘도 좋으리라. 제주에 오름이 많으나, 품속에 샘물을 품은 오름이 흔하지 않으니 이 또한 정물오름의 덕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