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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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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억새의 향연 ‘새별오름’

황금빛 억새의 향연 ‘새별오름’

by 조아라 기자 2014.10.22



살랑살랑 “억새”의 은빛물결에 취해…에 오르다
10월, 가을이 깊어지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단풍'과 '억새'는 매년 놓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둘 다 가을을 상징하는 풍경이지만,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가졌다. '단풍'은 울긋불긋 강렬하고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반해 '억새'는 누런 모습에서 점점 은백색으로 변하다 황금빛 물결로 수수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억새'의 수수한 아름다움은 '단풍'처럼 강렬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지만, 제주 들판에 한없이 펼쳐져 바람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10월이 되면,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느라 바쁘다.

가을에 피는 억새는 10월과 11월에 절정을 이룬다. 전국적으로 억새 명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소 중에서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제주는 섬 전체가 억새밭이라고 할 정도로 시내를 벗어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산과 들 여기저기에 만발한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여기 저기 봉긋봉긋 솟아오른 오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억새군락지.
그 중 매년 3월에 제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축제인 '들불축제'가 개최되는 ''은 힘들게 오름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은빛 물결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는 곳이다.

''은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해서 '새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오름으로 제주시에서 서부산업도로(평화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벌판에 동그랗게 솟아 있는 519.3m의 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동그랗지만 실제로 오름을 오르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옆의 이달봉에서 바라보면 의 형세가 제대로 드러난다.

새별이라는 이름과 딱 들어맞게 실제로 과 함께 다섯 개의 둥그런 봉우리들이 별 모양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감기라도 걸릴까봐 여러 겹의 옷을 걸치고 가장 따뜻할 시간인 오후 1시, 으로 향했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모습을 상상하며 도착한 엔 고작 승용차 두 대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순간 혼자만의 오름을 즐길 생각을 하니 더욱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오름 왼쪽 귀퉁이 길을 따라 천천히 올랐다.

평지가 계속이어지다 갑자기 오르막 길이 시작됐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눈 앞이 깜깜해 졌다. 경사가 45도는 더 돼 보였다. 갑자기 따가워진 햇살에 겉 옷을 하나 둘 벗으며 짧지만 가파른 길을 기어 올라갔다.

오르는 길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지만 여느 오름과 같이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 펼쳐졌다.
정상에는 만개한 억새가 춤을 추며, 동쪽으로는 멀리 한라산이 영험한 자태로 서 있고 북쪽에서부터 서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그 들판엔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 있어 자연스러운 풍경보다는 인위적인 풍경이 더 눈에 띄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이 또한 제주도를 관광명소로 만들어 주는 일부라 생각하며 무겁게 발걸음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은 관리가 잘 된 탐방로가 아닌, 오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택했다.

억새와 억새 사이를 갈라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관광객들은 이 길을 어찌알고, 모두 이 길로 올라 오는데, 너무 힘겨워 보였다. 모두 하나 같이 올라오며, "정상에 억새가 많이 있나요?"라고 질문했고, 나는 "여기가 더 멋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은 정상보단 오름 입구 쪽 억새가 더욱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