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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 서부권

두 시간 만에 오르는 낙원

두 시간 만에 오르는 낙원

by 조아라 기자 2014.11.05

오백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한라산 영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산인 '한라산'.

한라산은 모든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도 즐겨찾는 마음의 안식처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며 체력을 단련한 이들에게는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수십 번의 고민 끝에 "그래, 이번에야 말로 도전해보자"라는 결심을 한 후에야 오를 수 있는 낙원이라 여겨져 왔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라산 '영실코스'.

올해는 11월 1일이 한라산의 단풍 절정시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 도시락을 준비해 집을 나섰다.

영실탐방로는 영실관리사무소(해발1000m)에서 영실휴게소(해발1,280m)까지 2.4km의 자동차도로 및 탐방로 병행구간과 영실휴게소에서 윗세오름대피소(해발1,700m)를 경유해 남벽분기점(해발 1,600m)까지인 5.8km의 탐방로이며, 영실관리사무소에서 출발 시 편도 3시간 15분, 영실휴게소에서 출발 시 편도 2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최단 시간에 볼 수 있는 코스다.
또한 경사가 비교적 급한 영실분화구 능선(해발1300m ~1550m)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탄한 지형으로 탐방이 쉬운 편이라 사계절 내내 많은 탐방객이 찾는 코스다.

드디어 임박한 한라산 탐방 당일, 아침부터 하늘 위에 잔뜩 걸쳐진 회색 구름은 걷힐 생각을 앉고, 1100도로를 가는 길에는 빗방울까지 더해졌다.

혹시라도 비가 쏟아지면 그냥 쏟아지는 대로 맞으며 갈 생각에 우비도 잊지 않았다.

제주시에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영실코스 입구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알록달록한 단풍 가로수길이 환하게 펼쳐졌다. 올해로 처음보는 단풍을 여유롭게 구경하다 본격적으로 오를 준비를 하고 씩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펼쳐진 단풍 풍경에 병풍바위의 단풍이 더욱 기대됐다. 한참 상상을 하며 걷다보니 갑자기 급격한 경사의 돌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참을 말 없이 돌계단을 올랐고, 전망대가 보여 다시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지만, 전망대 뒤로 이어진 나무데크 계단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났다.
그런데 더 실망한 건 바로 병풍바위의 단풍은 우리를 반겨주기도 전에 이미 다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울긋불긋한 병풍바위는 이미 겨울채비를 하고 있었고, 시시각각 변하는 한라산의 날씨도 미안해서 인지 안개로 그 풍경마저 덮어버렸다.

그렇게 첫 단풍놀이는 실패했지만,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과 한라산의 명물인 '컵라면'으로 마음을 달래며, 이제 곧 눈이 내릴 한라산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미 상고대가 폈다고 하니, 눈이 내리는 것도 금방이겠지?

조아라 기자
jar13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