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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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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따라 걷기 좋은 오름 ‘따라비 오름’

억새따라 걷기 좋은 오름 ‘따라비 오름’

by 조아라 기자 2014.11.19



여섯 봉우리, 세 개 굼부리가 빚어내는 곡선미
억새는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맡긴 채 하늘하늘, 그렇게 흔들리는 억새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에 서있다.

처음에는 줄기에 한 껏 힘을주고 붉은 빛을 띄며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던 억새는 은빛으로 물들어갈 때쯤 서서히 바람을 받아들이더니 황금빛으로 익어가니 바람에 온 몸을 맡겨 버렸다.

이렇게 서서히 다가오던 가을은 어느새 차가운 바람만 남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잡은 따라비오름은 억새가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어 가을철 억새가 좋은 오름으로 유명하다.

따라비오름의 높이는 342m, 실제 오르는 높이는 100m가 좀 넘는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비란 이름의 유래는 '땅할아버지'에서 나온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주변에 모지(어머니)오름, 장자(큰아들)오름, 새끼오름이 모여 있어 따래비(땅하래비)오름이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 한다.

따라비오름은 정석비행장 남쪽 가시리 사거리에서 성읍 방향으로 100m쯤 가면 좌측으로 시멘트 포장된 농로가 보이는데, 그 농로 앞에는 '따라비오름 가는 길' 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다보면 왼쪽에 따라비오름 주차장이 있고, 입구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따라비오름은 입구를 찾기 어려운 오름으로 지금은 억새로 가득하던 입구에는 말들이 한가로이 서서 풀을 뜯어먹던 쉼터였다.

지금은 가까이서 말을 구경하던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말똥냄새 대신 시원한 바람냄새와 억새가 살랑 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오름 중의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은 체력이 최하수준인 사람도 큰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탐방로는 나무계단으로 아주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위험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밑에서 보던 것과는 딴판으로 많은 봉우리와 굼부리(분화구)를 품은 을 느낄 수 있다. 오름의 곡선미는 용눈이오름을 최고로 치지만, 따라비오름도 만만치 않다. 신기하게도 굼부리가 셋이고 그것을 감싸는 능선이 오밀조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세히 보니 세 개의 굼부리가 만나는 지점이 움푹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무덤이 자리잡고 있었다. 굼부리 안에는 드문드문 방사탑이 세워져 있다. 방사탑은 제주 사람들이 풍수지리적인 비보(裨補)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아마도 이곳에서 말을 키우던 말테우리(말몰이꾼)들이 소원을 염원하며 쌓은 듯하다.
오름 정상에 올라 이곳 저곳 기웃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주말부터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어 좀처럼 보이지 않던 해가 오랜만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렇게 2014년의 가을도 끝자락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