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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동부권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

by 저기저넘어 2008.07.31

노란 유채꽃밭 뒤로 어린왕자의 보아구렁이가 보인다. 코끼리를 통째로 잡아먹은 보아구렁이. 성산일출봉을 보면 늘 어린시절 읽은 어린왕자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제주의 동부지역에 위치한 이 일출봉으로 사람들이 해돋이를 구경하러 올라온다. 어쩌면 어린왕자의 상상력이 저 아래 바다로 녹아들어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녹여주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해도 저마다의 소망이 이루어 질 거라는 믿음을 풍선에 하나 둘 소원을 적어서 날린다. 이때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서 강강술래를 한다.
해는 일년 열 두 달 뜨고 진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역시 일 년 열 두 달 똑같이 아름답다. 그래도 해마다 새해를 여는 첫 장면을 사랑하는 가족과 혹은 연인들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이 곳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은 일상적인 것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이 아닐까?
제주도에서는 1994년부터 성산일출제를 올리고 있다. 마을 청년회가 주관하여 행하고 있는 이 행사는 어느덧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새천년, 빛, 평화의 소리'를 주제로 매해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성산일출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행사는 일출시간에 맞추어 해맞이와 공연, 참가자들의 소망을 기록하는 소망의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풍선에 저마다의 소망을 적어서 하늘 높이 날리며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성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이다. 고려 말 삼별초의 난으로 제주도에 들어온 김통정 장군이 ‘청산’ 발치께에 토성을 쌓은데 서 ‘청산’을 성산봉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성산일출봉의 정상에 빙 둘러선 아흔 아홉 개의 석봉이 마치 산성과 같이 생겼다하여 성산봉이라 하였다는 설이 있다.
해발 182m인 성산 일출봉은 10만 년 전 제주도의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는 드물게 바다 속에서 수중 폭발한 화산체이다. 용암이 물에 섞일 때 일어나는 폭발로 용암은 고운 화산재로 부서져 분화구 둘레에 원뿔형으로 쌓여 있다. 이 원뿔형이 마치 왕관같이 생겼다. 일출봉 정상에는 지름 600m, 해발 90m에 면적이 8만여 평이나 되는 분화구가 자리한다.
어린시절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곳은 바로 그 만화를 영화로 만든 이장호 감독의 ‘공포의 외인구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성산일출봉에 올라 바라다보는 일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 정상에서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불덩어리. 그 불덩어리가 바다를 물들이면서 타오를 즈음이면 이를 보는 이의 마음들도 어느새 붉게 타올라 하늘로 올라간다. 바로 이 맛에 해마다 일월이면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제주도의 동부지역이 번화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