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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새별오름

새별오름

by 숨결같이 2008.07.31

대보름마다 불타오르는 새별오름
제주지역의 오름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오름이 바로 새별오름이다.‘정월 대보름 들불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도로는 차들로 가득해지고 사람들은 초저녁부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한다. 이 축제는 가축의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줄기를 태우고 해충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 조상들이 해 오던 들불놓기 행사를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서 관광상품화 시킨 것.
“액은 타오르는 들불에 훨훨 날려 보내고 보름달 같은 큰 복만 내리소서.”라는 군수의 기원과 함께 성화 탑이 점화되는 순간 오색풍선이 하늘을 올라 둥실거리고 풍물놀이 패와 가수들의 춤과 노래가 봉성리에 위치한 60여만㎡의 새별오름과 들판 속에서 어지러이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오름 하나를 그대로 불태우며 타오르는 불덩어리 앞에서 저마다의 소원을 토해놓는다.
불덩이에 휩싸인 오름 앞에서 제 몸을 다 태워버리는 불꽃같은 정열에 휩싸여 보고 싶다는 충동에 온 몸이 사로잡히기 시작할하는 바로 그 순간 타오르는 불더미와 함께 무아의 지경이 된다. 15만평의 산과 들이 활활 타오르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넋을 앗아가는 저 불! 그 위로 300발의 불꽃이 어지럽다.
‘불처럼, 아아 저 불처럼 타오르고 싶다!’는 욕망이외에 또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축제는 끝나기 마련인 것.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오름이 재가 될 무렵이면 사람들의 해묵은 미움과 원망도 함께 재가 되고 정화된 마음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서부관광도로의 가장 높은 지대인 시온목장 입구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이 새별오름은 그 옛날 고려군과 몽고군이 대항하던 때 최영장군이 진을 쳤던 곳이다. 저 들판 아래서 외적을 물리치고자 몰려든 고려인들의 결의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드니 이상한 기분이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가 석양이 아닌 피로 물들기도 했다니…….
새별오름 옆에는 이달오름이 쌍둥이처럼 사이좋게 놓여있다. 새별오름을 자세히 보려면 이달오름에 가서보고, 이달오름을 보려면 새별오름에서 보라고들 한다. 이달 오름 위에서 보면 산봉우리가 마치 별표처럼 벌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름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면 완만하던 경사가 점차로 가팔라지고 정상인 남봉을 정점으로 서너 개의 크고 작은 등성이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드넓은 초원에 고운 풀밭으로 덮여있어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 오름은 들불축제 뿐만이 아니라 사철 찬란하게 빛나는 오름이다. 아침 햇살 속에서 그리고 석양의 붉은 하늘 빛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