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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 동부권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Ⅰ ‘제지기오름과 함께’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Ⅰ ‘제지기오름과 함께’

by 전선견 객원기자 2015.02.11

제주의 음식 한치물회 그리고 전통음료 쉰다리를 찾아…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걷기여행, 느리게 하는 여행 등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로 여행을 오는 이들의 코스는 박물관 대여섯 군데를 돈 후 식사 후 취침, 혹은 한라산 등반이 일반적이었다. 그나마 제주 올레길이 개통되면서 박물관탐방 여행객과 올레길탐방 여행객의 비율이 비슷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올레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화산섬 제주가 빚어낸 380여 개의 오름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했을 것이다.

이에 연재를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운 오름과 그 오름 주변의 맛집이나 카페 혹은 숙소까지 엮어 하나의 코스를 추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코스로 서귀포 보목동에 위치한 제지기오름 주변을 탐방했다.
제지기오름은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해 40분이면 오르내릴 수 있는 높지 않은 오름이다.

우선 오름을 오르기 전에 근처에 있는 쇠소깍으로 향했다. 효돈동에 위치한 쇠소깍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으로 물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쇠소깍의 에메랄드빛은 때를 잘 맞춰야 볼 수 있는데, 만조일 때 오전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잠시 쇠소깍을 바라보며 머리를 식힌 후, 보목동의 어진이네횟집으로 향했다. 어진이네횟집은 오래전부터 맛집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니 음식이며, 서비스며 불만이 섞인 후기들이 많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어떤지 직접 먹어보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진을 찍지 말라며 벌컥 화를 내는 게 아닌가? 이에 역시 맛이 아무리 좋아도 서비스가 안 좋으면,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라는 생각을 하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자 조금 전까지 느꼈던 불만이 싹 사라지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1인분으로 주문한 한치물회가 2인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맛도 기가 막혔다. 그렇게 걱정스럽게 들어간 식당에서 싱글벙글하며 식사를 마쳤다. 배도 부르고 소화도 시킬 겸 이번 여행의 메인 코스인 제지기오름으로 향했다.
제지기오름은 어진이네 횟집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차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오르면 된다. 이 오름은 옛날 절이 있었던 데서 절오름으로 불렸으며, 현재에는 제지기오름 또는 제제기오름이라고도 한다. 제지기(제제기)가 무슨 뜻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절(窟寺)이 있고 이를 지키는 절지기가 살고 있었으므로 절지기오름이라 불리던 것이 차차 제지기오름·제제기오름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으며, 나무계단이 땅에 반쯤 묻혀 있어 안전하면서도 흙을 밟는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서 오르다 보니 20분도 되지 않아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낮은 오름인데도 불구하고 한 쪽에선 서귀포 앞 바다가 훤히 보이고, 다른 한쪽에선 눈 덮인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멋진 오름이었다. 비록 키가 큰 소나무에 가려져 시원하게 보이진 않아도 나무 사이로 보는 한라산은 더욱 멋지게 다가왔다. 한참을 바라보다 천천히 왔던 길로 되돌아 왔다.

그리곤 바로 보목포구 옆에 위치한 쉰다리 전문점인 섶섬할망카페를 찾아갔다.
섶섬할망카페는 현직 해녀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카페로 제주의 전통음료인 쉰다리와 각종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카페다. 보목포구에 주차를 하고, 올레길을 따라 숲속을 이리저리 지나오다보면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고, 왼쪽에 자그마하게 차려진 할머니의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난생 처음 마셔보는 쉰다리에 대한 설렘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는데,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 문 앞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한 아주머니가 5분 뒤에 카페로 왔다. 할머니는 물질하러 가셔서 따님이 대신 나오신 것이다. 양 팔엔 쉰다리를 가득 안고 오셨다. 이미 식사를 한 뒤라 다른 메뉴는 먹지 못하고, 쉰다리와 뿔소라를 시켰다.

태어나 처음 맛본 쉰다리의 맛은 막걸리처럼 똑 쏘는 신맛 그리고 달달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입안에서 왈츠를 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워낙 이런 종류의 맛을 좋아하다보니, 한 잔으로도 부족했다. 거기다 직접 딴 소라까지 환상의 궁합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메인 코스였던 제지기오름의 아름다움보다 쉰다리의 상쾌한 맛이 더욱 아쉬워졌다.
전선견 객원기자

쇠소깍 : 서귀포시 하효동 140
어진이네횟집 : 서귀포시 보목동 555(732-7442)
제지기오름 : 서귀포시 보목동 275-1
섶섬할망카페 : 서귀포시 보목동 599 (010-2859-8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