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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 동부권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머체왓 숲길’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머체왓 숲길’

by 전선견 객원기자 2016.09.12

가벼운 산책보다 격렬한 트레킹을 원한다면 '머체왓숲길'로
여름이 시작되는 날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숲길인 머체왓숲길.

여름에 걷는 숲길은 짙은 초록으로 물든 나무가 울창해 보기에도 시원하고, 나무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시원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갈망하게 된다.

유난스럽게 더웠던 올 여름. 아무리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여도 그 뜨거운 열기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여름이 끝날 때에야 다녀오게 된 '머체왓숲길'.

가볍게 산책할 생각으로 몸도 마음도 비운채 떠난 숲길에서 무더운 여름을 다시 마주치고, 힘든 오름을 오르는 듯한 극한의 힘겨움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출발하기 전 이미지로만 보여 졌던 울창한 숲길을 상상하며, 가볍게 산책하는 복장으로 숲길 위에 올랐다.
지도를 보니 총 3개의 코스가 보이는데, 처음 가려고 마음먹었던 머체왓숲길과 바로 옆에 있는 갈림길에 소롱콧길 그리고 길을 건너 아래쪽으로 향하는 서중천탐방로가 있었다.

이 3코스 중에는 3km만 걸으면 되는 서중천탐방로가 가장 쉬운 코스처럼 보여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가 이왕 온 김에 가장 긴 코스인 머체왓숲길을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머체왓숲길로 향했다.

사실 머체왓숲길과 소롱콧길은 거리상으로는 0.5km, 시간상으로 10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바로 머체왓숲길을 선택하게 됐다.

초입은 언제나 그렇듯 설레고 아름답기만 하다. 거기다 야자매트도 가지런하게 깔려있어 발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마저 들었다.

5분 정도 걸으니 바로 머체왓숲길과 소롱콧길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왔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머체왓술길을 향해 걸어갔고, 넓은 들판을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극기 훈련이 시작됐다.

숲길 전체에 아름답게 깔린 야자매트를 상상하며 갔지만, 숲에서 본 건 돌덩이를 크게 감싸고 있는 나무들의 뿌리와 그 위로 잔잔하게 깔린 돌덩이들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무더운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라는 것.

오전 시간임에도 태양은 빛을 난사하고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선선해진 바람이 온 몸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혀주기 좋은 날씨였다.

그렇게 3km 이상을 돌덩이가 있는 숲을 힘겹게 걸어 전망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그대로 누워서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굶고 나와 요동치는 배를 달래려면 한시라도 빨리 숲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전망대를 지나서부터는 비교적 가벼운 산책로 같은 숲길이 이어졌고, 어느덧 머체왓숲길과 소롱콧길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 후에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만 이어져 시작할 때 힘들었던 3km의 고통을 빨리 잊을 수 있었다.
'머체왓숲길'을 걸을 때 가볍게 산책하듯 걷고 싶으면 '소롱콧길'을 택하고, 조금 격렬한 운동을 원한다면 '머체왓숲길'을 택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