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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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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 ‘말미오름’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 ‘말미오름’

by 전선견 객원기자 2016.11.02

시흥마을 너머로 우도와 성산 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말미오름’
황금빛 억새가 출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음을 눈으로만 확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는 찬바람에 온몸으로 곧 다가올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공기가 온몸을 휘어 감고 갑작스런 기온차로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이제 억새는 거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고, 단풍도 한라산에서부터 천천히 물들어 가며 제주도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가을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억새나 단풍은 전혀 볼 수 없는 곳이지만, 동쪽의 오름군과 한라산 그리고 우도와 성산일출봉까지 시원하게 뻥 뚫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말미오름(두산봉)'이다.
'말미오름'은 해발 145.9m인 기생화산으로 분화구의 형태는 복합형이다. 얕은 바다 속에서의 화산 분출 활동으로 생겨난 응회환의 수중 분화구가 퇴적층을 생성해 성장한 후 육상으로 융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오름의 북쪽과 동쪽, 남쪽 사면은 가파른 수십 길의 낭떠러지가 형성되어 있어 지질학적 연구대상으로 중요시되고 있으며, 반면 북쪽과 서쪽 사면은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말미오름에는 환경부가 특정 야생 식물로 지정한 왕초피, 개상사화가 식생하고 있으며 참억새와 야고 등도 집단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고 있다.

처음 이 오름을 다녀오기 전에는 ‘말미오름’과 ‘두산봉’이 서로 다른 오름이라 착각을 했었다. 서귀포에 사는 지인이 아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오름이라며 ‘두산봉’을 추천해주셨고, 제주시에 사는 지인이 경관이 아주 좋은 오름이라며 ‘말미오름’을 추천해주셨다. 이에 두 오름이 다 서귀포에 위치해 있으니 가는 길에 두 곳을 다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지만 황당하게도 두 오름은 같은 오름이었다. 다만 불리는 이름이 서로 다를 뿐이었다.

이 두 개의 오름 명칭 중 하나는 땅 끝에 위치하고 있다하여 말 미(尾)라는 이름을 붙여 ‘말미오름’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생긴 모양이 됫박 같이 생겼다하여 말 두(斗)를 써서 ‘두산봉(斗山峰)’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에 두 곳의 오름에 다녀올 아주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쉽긴 했지만,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오름에서 아주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진진했던 모양이다.

제주시에서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송당리를 지나서 바로 위치한 말미오름은 조금은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들어가는 좁은 골목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해서 들어가도 혼자서 다니기에는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순간 지난 2012년 발생했던 사건이 떠올라 잠시 움찔하기도 했지만, 함께할 동지도 있고 입구에 마련된 작은 주차공간에 주차된 몇 대의 차량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조금 늦은 오후라 서둘러 산행을 시작했다. 입구에는 여러 사람의 소망이 담긴 ‘시흥올레 소망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옆쪽으로 가지런히 깔린 야자매트를 따라 올라가면 조그마한 공원처럼 체육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간만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잠시 몸을 풀고 오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초입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분명히 가볍게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오르막길이 이어지니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좋은 경관을 볼 수 있다면 이정도 오르막길은 장애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걷기 시작한지 10분,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드니 바로 정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초소가 있는 옆쪽으로 성산일출봉이 물 위에 뜬 연꽃처럼 아주 고요하고 우아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우도가 선명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보니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라산과 그 아래로 동쪽을 대표하는 오름군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멋있게 서 있었다.

단지 10분을 걸어 올라왔을 뿐인데 이런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지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소를 지나 전망대에 서서 계속해서 360도 회전을 하며 10분간은 감탄만 하고 온듯하다. 전망대를 지나 계속해서 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갑자기 저물어가는 해를 보니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