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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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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 ‘대수산봉’

제주여행코스를 추천하다 ‘대수산봉’

by 전선견 객원기자 2016.11.23

비 오는 날 더욱 운치 있는 커피박물관 ‘바움’ 속 ‘대수산봉’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며칠 동안 대지를 적신 가을비로 낙엽은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져 가지만 유난히도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쓸쓸한 봄이 된 기분이다. 올 겨울은 얼마나 더 추워지려고 아직도 따뜻함을 머금고 있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며칠 전 지난봄에 다녀왔던 커피 박물관 ‘바움’을 다시 찾아갔다. 향긋한 커피 향에 둘러싸여 가만히 책을 읽을 시간도 필요했고, 그때 가보지 못했던 대수산봉을 오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침 가을을 흠뻑 느끼기 딱 좋을 정도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달콤한 커피의 향과 오름이 품고 있는 대지의 향이 얼마나 어울릴까 상상을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커피박물관 ‘바움’은 성산일출봉에서 고성, 수산리로 이어진 길로 3km 정도 지나면 왼쪽에 대수산봉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좁게 이어진 감귤 밭을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30년 동안 해외를 다니며 수집한 앤틱 커피그라인더와 커피로스터, 다양한 모양의 찻잔 등 약 250여 점의 커피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 한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지만, 커피가 다른 카페에 비해 조금 비싸다. 하지만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물품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리 비싸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잠시 2층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을 마무리하고, 박물관 뒤쪽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진 대수산봉의 ‘솔밭공원’을 천천히 둘러보기 위해 걸었다. 비가 오니 주변에 나무와 풀 그리고 흙에서 퍼져 나오는 향이 더욱 짙어져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에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한 ‘바람의 숲’으로 통하는 문이 나오는데, 이미 어두워지고 있던 시간이라 아쉽게도 가볼 수는 없었다.
‘솔밭공원’은 솔잎이 바닥을 폭신하게 깔고 있어 딱딱한 시멘트 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솔방울이 여기저기 장식을 하듯 깔려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솔밭공원 중간쯤에 도착하니 커피박물관이 바로 보이는데, 마치 작은 인형의 집을 보는 것처럼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편안해 보였다.

늦은 오후에 찾아가기도 했고, 비가 오는 날 찾아간 오름이라 본래의 모습을 다 볼 순 없었지만, 원래는 대수산봉 정상에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동쪽 어느 오름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인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모습보다는 비 오는 날 촉촉한 솔밭공원에서 포근한 기운으로 둘러싸인 커피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