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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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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 속 비극의 역사 ‘섯알오름’

아름다운 풍광 속 비극의 역사 ‘섯알오름’

by 제주교차로 2018.06.08

올해 제주는 4·3 7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기념행사들로 많은 이들에게 4·3 사건을 알리고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4·3 70주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예술에 감탄을 하는 것이 아닌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고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대정읍에 위치한 섯알오름은 아픈 역사에 더욱 깊숙이 개입된 곳이다. 곳곳에 남아있는 학살의 흔적들은 움푹 패인 상처들처럼 훤히 드러나 있다.

대정은 큰 고요함이라는 의미를 가졌고 오름이 위치한 곳 역시 지역명처럼 매우 고요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섯알오름에 부딪히는 바람은 왠지 모르게 시리게 다가온다.
‘섯알오름’은 알뜨르비행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7년에 개최된 제주비엔날레를 계기로 설치된 조형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조형물들은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오름 초입에 세워진 희생자추모비로 분위기가 더욱 엄숙하다. 섯알오름은 풀밭오름으로 이뤄져 있으며, 일부 해송조림지와 함께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오름 사이에는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다. 섯알오름의 서쪽 경계는 송이채취로 훼손되어 붉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다.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이 진정될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에서는 1945년 미군정에 의해 폐지된 예비검속 법을 악용해 각 경찰국에 불순분자 등을 구속하고 처리하도록 지시했고, 모슬포 경찰서 관내에서는 344명을 예비검속하고 그중 252명이 당시 계엄군에 의하여 집단학살 되고 암매장돼 211위는 유가족들이 수습했고 41위는 행방불명됐다.

7월 16일 1차로 20명을 학살하고, 2차로 8월 20일 새벽 2시에 한립어업창고 및 무릉지서에 구금된 60명을 학살했고, 새벽 5시에는 모슬포 절간고구마창고에 구금된 130여 명을 집단학살하는 등 3차례에 걸쳐 법적인 절차도 없이 무고한 양민 211명이 이곳에서 억울하게 집단학살을 당했다. 이후 1956년 3월 29일 새벽에 한림지역 유가족들은 한림어업조합창고와 무릉지서에 구금됐다가 희생을 당한 62위를 수습해 한립읍 금악리 지경 만벵디묘역에 안장했고, 동년 5월 18일에는 모슬포 절간고구마창고에 구급돼 희생당한 백조일손 유가족들의 끈질긴 탄원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고 149위를 수습해 이중 17위는 유족에 의해 인도했지만 구별할 수 없는 유해 132위는 대정읍 상모리 지경 백조일손묘역에 안장했다. 또한 백조일손 유가족들은 행방불명된 41위를 찾기 위해 제조도 지원을 받아 2000년 9월 21일까지 증언자의 의견을 토대로 주변 여러곳을 수색하며 유해발굴을 시도하였으나 많은 세월이 경과한 데다가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추가 유해발굴은 실패했다.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섯알오름의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더욱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큰 고요함 속에서 비극의 잔해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