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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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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태연하게 꽃길을 걷자 ‘민오름’

이른 봄 태연하게 꽃길을 걷자 ‘민오름’

by 양영태 객원기자 2019.03.14

연일 봄꽃소식이 들려온다. 수선화가 피었고, 매화가 만개하였고,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이른 봄, 기온이 올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봄으로 향해 간다는 경칩인데, 봄소식을 집에 앉아서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꽃을 마중하러 들로 나가보자. “대지는 꽃을 통해 웃는다.” 라첼 카슨이 쓴 이 짤막한 시의 제목은 ‘꽃’
주변에서 보이는 봄소식은 나무에서 시작하지만 들에서 부는 봄바람은 대지에서 시작하고, 절물휴양림 앞에 있는 민오름은 도내에서 봄꽃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오름 중에 하나이다.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새끼노루귀, 중의무릇 등등. 이름도 고운 봄꽃들이 앞 다투어 올라오는 이른 봄. 민오름을 향해 길을 나선다.
제주시 봉개동과 회천동에 걸쳐있는 민오름은 높이가 136미터인 오름으로, 마을에서 오름과 그 주변으로 생태로를 만들어 탐방하기에 좋은 오름이다. 오름을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 여러 군데에 만들어져 있어 선택의 폭도 넓은 곳이다. 짧은 코스를 통해 탐방할 수도 있고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있으면 아주 멀리 돌아서 걷거나, 아니면 옆에 있는 절물오름이나 큰지그리오름을 같이 둘러볼 수도 있다.
, 북쪽 사면을 통해 정상을 둘러보고 서쪽 기슭의 명림로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그 반대를 택해도 무리는 없는데, 서쪽이나 동쪽의 오름 탐방로는 경사가 사뭇 있어 오르는데 힘이 들 수도 있다.

민오름 탐방코스 중에 꽃구경에 가장 좋은 코스는 절물오름 앞 버스주차장 너머로 올라 오름의 북쪽이나 서쪽 아래의 사면에는 이른 봄에 많은 들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꽃사진가들이 전국에서 몰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들이 잎을 펼쳐 햇빛을 가로 막으면 그 아래의 꽃들은 맥을 못 춘다. 이른 봄 나무들이 잎을 내기 전에 일찍 피는 들꽃들은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남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결실을 하여 자손을 남기려는 전략을 가진 것이다.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를 가진 민오름은 말굽형 화구 침식부의 형태가 잘 보존된 소위 혀 내민 모양(tongue-like type)을 하고 있으며, 말굽형 화구 윗부분, 즉 주봉우리의 안쪽 경사면에는 깊이가 약 70m쯤 되는 깔데기형 화구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말굽형 화구의 안에는 수풀이 우거진 가운데 오름 전사면은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오름은 북서쪽과 동쪽에 두 봉우리가 있고 동쪽의 봉우리가 정상이다. 두 봉우리에 오르면 주위의 전망 또한 절경이다. 절물오름 너머 한라산 정상의 모습과 큰지그리 옆으로 교래곶자왈의 드넓은 숲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동쪽의 해안까지 시야가 트인다.
이 오름은 일찍부터 ‘믠오름>민오름’이라 하고 한자로는 禿岳(독악) 또는 文岳(문악), 敏岳(민악) 등으로 표기하였다. 예전에 이 오름이 민둥산이었다는 데서 ‘민오름’이라 한 것이다. ‘무녜오름’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민오름’의 변음으로 보인다. 한편, 오라동에 있는 민오름을 '족은민오름'이라고도 했었다. 조천읍 교래리에서는 마을 뒤쪽에 있다는데서 ‘뒷민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분화구의 북동쪽 오름의 끝자락에는 습지가 분포한다. 대지가 가무는 겨울철에는 희미한 물웅덩이 흔적과 말라버린 초지만을 볼 수 있지만,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꽤 넓은 호수를 만날 수도 있다. 분화구 가는 길은 겨울철에는 제법 뚜렷이 보이지만, 숲이 우거지면 덩굴식물과 잡목들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허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많은 사람들의 발바닥과 손자국으로 인해 올 여름에는 쉽게 둘러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3월, 이른 봄, 무거운 겨울의 두터운 외투를 벗어 던지듯 무심하게, 태연히 들꽃들이 도란거리는 숲길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