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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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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날갯죽지에 앉아 비상을 꿈꾸다 ‘매오름’

매의 날갯죽지에 앉아 비상을 꿈꾸다 ‘매오름’

by 양영태 객원기자 2019.07.15

오름의 정상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바위의 형세가 매의 머리 같고 양쪽으로 뻗은 등성이가 날개 같다고 하여 ‘매바위오름’이라는 이름을 얻은 매오름은 표선면 표선리에 있는 표고 136.7m, 높이 107m인 오름을 이른다.
매오름! 하늘을 나는 그 많은 새들 중에서 하필 매를 생각했을까?
날개 짓도 하지 않고 기류에 몸을 실어 높은 창공위에 떠있으면서 지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탐색하는 맹금류인 매를 떠올리는 것은 아마도 힘에 대한 경외감의 표출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우리가 오름의 모양을 가지고 오름의 이름이 만들어진 여러 오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다. 모양이 영 아니올씨다 인 것이다. 오름의 모양을 보면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은 현재의 오름을 보면서 과거의 모양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간의 조림이든가 개간이든가 아니면 나무의 성장이든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지금의 모습과는 현저히 달랐을 것이다.

지도에는 매오름 옆의 조금 낮은 봉우리를 ‘도청오름’이라고 표기하였다. 잘못하면 2개의 별도 오름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원래 하나의 오름이다.
도청오름’은 도청부대가 들어서 있다는 데서 근래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오름 이름이다. 매오름의 일부이지 별개의 오름이 아니다.
오름에 있는 전경부대와 이동통신기지국 덕분에 정상 바로 코앞까지 시멘트길이 훤히 나 있다. 또한 동서남북 사방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름이다. 남쪽 입구는 일주도로에서 진입할 수 있는데, 중간 정도 올라가면 여러 가지 운동시설을 설치해 놓은 체육공원이 나온다. 최근에 탐방로 야자매트를 새것으로 교체해 놓아서 산뜻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선 등성이에서 시멘트 길을 만나면 무언가 속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시멘트 길을 따라 멋쩍게 오를 수는 없지 않는가.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가면 공동묘지가 보이고 그 너머로 드디어 표선 마을과 해안 전망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길은 야자수매트를 따라 정상으로 이어진다. 정상에는 매의 부리로 표현된 바위무더기를 만날 수 있지만 그 주위를 보리수나무나 사스레피나무 등이 에워싸고 있어 형태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과거에 나무가 그 크기를 키우기 전에는 어찌하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키가 커버린 나무들로 하여 그 모습은 감춰지고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서면 좌우로는 가파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오름에 올랐다는 기분이 잠시 든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일출봉을 비롯하여 표선백사장과 서귀포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채석장 너머로 한라산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채석장 주위를 눈여겨보면 그 형태가 오름의 중앙을 파헤쳐 놓은 듯하다. 마치 또 하나의 하논분화구가 있는 것 같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가느다란 능선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그 끝은 돌아 내려 다시 동쪽으로 향한다. 매오름의 또 하나 매력은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 동쪽 기슭에는 넓은 대나무 군락지가 있고 산책로가 그 가운데를 지난다.
대나무 숲의 정취를 느끼려 잠시 지체하면 모기들의 오찬감이 되지만, 한차례 바람이 불어 대나무 가지를 흔들면 중국 무협영화 복수의 씬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이 든다.
매오름의 정상, 매의 머리에는 앉지 못하지만, 그 날갯죽지에라도 앉아 하늘을 보자. 창공을 나는 한 마리 매의 눈으로 내 주위도 둘러보자. 무엇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