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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오름 : 서부권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쌍둥이 오름 ‘골른오름(병악)’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쌍둥이 오름 ‘골른오름(병악)’

by 양영태 객원기자 2019.08.09

8월의 찜통더위와 마주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 골른오름을 올라보자.
골른오름은 안덕면 상천리 마을 서쪽에 두 개의 오름이 나란히 자락을 맞대고 서 있는 오름이다. 두 오름이 나란히 서 있어서 한자로 병악(竝岳)이라고 부른다. 병(竝)은 쌍둥이 또는 형제를 뜻하는 제주어 ‘골래기’ 또는 ‘골른’을 한자어로 바꾼 것이다. 골른오름이란 쌍둥이 오름이란 뜻이다. 큰오름(대병악)의 키가 492m, 작은오름(소병악)의 키는 473m다.
큰오름은 따로 여진(얹은)머리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작은오름은 족은오름이라고도 부른다. 큰오름을 따로 여진(얹은)머리오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꼭대기 언저리에 뭉툭하게 튀어나온 것이 마치 여자의 얹은머리 모양으로 보인다고 하여 붙은 것이다. 큰오름의 분화구는 북쪽으로 다소 깊숙하게 패어 있는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고, 족은 오름의 분화구는 서쪽으로 느슨한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있다. 나란히 있는 형제 오름이지만 서로 다른 방향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큰병악은 서쪽 사면 일부에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고, 작은병악은 남쪽 사면 일부에 삼나무 조림지가 있으며 그 이외 지역은 낙엽수가 우세한 자연림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두 개의 오름 중에서 하나씩 따로 오를 수도 있고, 두 오름을 이어서 오를 수도 있다. 작은병악 앞 목장 옆으로 길이 있어 작은병악을 먼저 오르고 큰병악을 거쳐서 내려오기도 하고 큰병악을 먼저 올라 작은병악을 거쳐 내려올 수도 있다. 작은병악 앞 출입구는 목장 울타리로 막혀 오름입구가 안 보인다. 울타리를 넘어서 목장을 가로질러 가야 무덤 옆으로 나있는 데크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큰병악 탐방로는 병악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오른쪽 목장 사이로 공동묘지가는 시멘트길이 있고, 그 길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큰병악을 오르는 길도 나무데크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탐방로 입구의 삼나무 숲을 지나면 낙엽활엽수 숲이 이어지고 나무데크길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8월의 찜통더위에 바람도 불지 않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는 따가운 햇살이 내리고 내 이마에서는 구슬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잠시 쉬며 뒤를 돌아보아도 바람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땀으로 나온 만큼의 수분을 연거푸 물로 보충해 보지만 더위는 쉬 가시지 않는다. 오래전에 조성된 나무데크는 정비가 되지 않아 위태롭게 보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되었는지 잡풀들이 탐방로를 가득 덮고 있다. 더욱이 데크길을 벗어나면 수풀이 우거져 자칫 방심하면 길을 벗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큰병악이나 작은병악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아름답다. 제주도 남서부지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큰병악 앞에서부터 산방산까지 펼쳐진 곶자왈은 무척 아름답다. 말굽형화구에서 벗어나온 숲이 멀리 산방산까지 죽 이어지고 그 뒤로 펼쳐진 파란 바다와 하늘은 그 경계가 어딘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곳의 곶자왈은 대부분 낙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잎이 떨어진 겨울철에는 다소 밋밋한 느낌도 있지만 숲이 우거지는 여름에 큰병악에서 보이는 드넓은 숲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큰병악의 정상에서 작은병악 방향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가면 나무데크가 끝나고 밧줄을 매단 길이 이어진다. 분화구 언저리를 따라 만들어진 길은 다소 경사가 있다. 큰병악을 내려오면 송전탑 옆으로 작은병악과 이어지는 길이 있지만 수풀이 무성하고 사람이 다닌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작은병악을 오르는 길은 분화구의 남쪽 능선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경사는 다소 있지만 나무 데크로 계단이 놓여 있고 그리 길지는 않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족은병악의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그 자락의 오름들, 그리고 제주도 서쪽과 남쪽 지역의 중산간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다. 여름철에 큰오름과 족은오름을 이어서 탐방하기에는 조금 버겁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잡목으로 인해 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8월의 찜통더위와 수풀을 헤치고 나갈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정상에서의 시원한 풍경을 맛볼 수 있는 기회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