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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 동부권

[남원읍]여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물영아리오름’

[남원읍]여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물영아리오름’

by 제주교차로 2020.07.10

물의 정령이 머무는 ‘물영아리오름’
장마철 반복해서 내리는 빗방울들이 녹음을 더욱 짙게 하면서 완성된 여름으로 향하는 듯 하다. 자연은 항상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달라진다. 그중 ‘여름’의 물영아리오름은 제주의 여름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으로 손꼽힌다. 물이 많은 마을이라고 알려진 서귀포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을 소개한다.

‘물영아리’라는 이름 역시 오름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한몫한다. ‘물영아리’의 의미는 쉽사리 떠올리기 어려우나 마치 ‘마루 밑 아리에티’처럼 숲의 정령, 요정과 같은 명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영아리오름은 비가 많이 오면 오름 정상 화구에 물이 고이기 때문에 ‘물이 있는 영아리’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아리의 정확한 의미 역시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령스럽다는 의미의 ‘영’자가 쓰이는 만큼 신비로움을 갖춘 겉모습과 물영아리 명칭의 뉘앙스가 묘하게 ‘착’ 붙는다. 게다가 ‘물의 수호신’이 산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는 만큼 ‘요정’에 대한 개인적인 추측이 크게 터무니 없는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오름으로 향하는 탐방로 초입에서 우거진 울창한 숲과 초록으로 뒤덮인 물영아리오름을 감상하다보면 ‘여름을 갈아 오름을 쌓았다면 이런 모습일까?’라는 엉뚱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무엇보다 싱그러운 상록수, 낙엽활엽수 등 숲으로 우거진 물영아리오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게 해준다.
계단길과 능선길 2가지 길을 통해 정상으로 갈 수 있어 정상의 습지를 빠르게 감상하고 느긋하게 내려오기 위해 계단길로 올라 능선길로 내려오는 경로를 선택했다.
초록들로 가득한 숲계단길을 가볍게 한걸음씩 오르다보면 아름다운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오름의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800여 개가 넘는 계단 수와 높은 경사는 초반의 느긋함과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며 쏟아지는 땀과 과한 호흡에 조금씩 웃음기가 사라진다. 물론 평소 산행에 익숙하거나 체력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예외다.
영상에 등장하는 반복CG처럼 단순히 ‘숲’이 아닌 ‘올라가는 숲’에 갇힌 것은 아닐까.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은 막아주면서 바람을 부채질을 해주는 듯하지만 괜히 ‘습지’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땀으로 흠뻑 젖게 한다. 이따금씩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위안 삼아 천천히 한걸음씩 옮겨본다.
정상에 도착하면 탁 트인 풍경 대신 습지로 향하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정표에 따라 걷다보면 몇 분전의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비오는 날의 몽환적인 풍경에도 궁금증이 생기면서 비오는 날도 기약하게 된다.
물영아리오름의 매력 중에 하나는 오름 정상에 습지가 형성돼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을 보인다. 물영아리오름의 습지는 2000년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법에 의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2006년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돼 있다. 정상의 습지는 새들과 허락된 동식물만 출입을 허가하며 탐방객들은 데크로 통하는 탐방로를 통해서만 습지를 감상할 수 있다. 습지를 오가는 새들과 바람소리로 가득해 잠시나마 그 고요함에 젖어들게 된다.

완만한 능선으로 내려오면서 물영아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찰나에 마지막까지 반전을 안겨준다.

비슷하게 함께 내려오던 다른 일행이 ‘뱀이다!’를 다급하게 소리치며 반경 200미터 거리의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뱀이 산책을 하며 사람을 발견하고 놀라기는 매 한가지.
몇 안 되는 탐방객들이 신기함 반, 무서움 반으로 작은 뱀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특별한 경험을 안고 무사히 돌아왔다.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고 이따금씩 뱀도 만날 수 있지만 여름에 갈만한 곳을 추천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물영아리오름’이라고 말해주려 한다. 제주 여름 완성판을 보고 싶다면 꼭 가야할 곳이다.

물영아리오름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