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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in&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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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눈물의 술 빚기 - 김을정 할머니

땀과 눈물의 술 빚기 - 김을정 할머니

by 김동일 2008.07.31

김을정 할머니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3호 오메기술과 제11호 고소리술 제조기술을 보유한 기능 보유자이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에서 만들어지고 오메기술은 제주도산 차좁쌀이 주원료가 되는 술이다. 오메기술 이름은 좁쌀로 만드는 제주 토속떡인 오메기떡에서 따온 것이고 고소리술 이름은 오메기술을 증류해 소주를 뽑아내는 기구인 고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표선면 성읍에 살고 있는 김을정 할머니는 올해로 83세이다. 할머니의 손발과 얼굴에 패인 밭고랑 같은 깊은 주름들은 제주도의 척박한 땅을 닮아 가듯, 그 척박한 땅에서 생겨났던 거친 조팝을 닮아 가듯, 80여년의 세월을 웅변하고 있었다. 거칠고 황량한 땅에서 술을 빚어내면서 고소리술이 완성되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의 세례가 필요했듯이 고소리술이 달콤하기 위해서는 할머니의 청춘이 필요했던 것일까.

김을정 할머니는 남원 의귀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큰 사업을 하셨고 자연히 집에는 손님이 많았다. 김을정 할머니는 손님 접대에 바쁜 어머니의 가사를 보조하면서 술 빚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스무 살에 시집을 가고 교편을 잡은 남편을 따라 객지로 떠돌게 되면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잊혀지는 듯했다.

30여 년 전에 남편이 고향으로 발령이 나면서 김을정 할머니는 성읍에 정착하게 되었고, 슬하에는 6남 2녀를 두었다. 감귤이나 당근도 돈이 안되던 어려웠던 시절 자식들은 커가고 남편의 월급은 가벼웠고, 김을정 할머니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용돈이나 보탤 요량으로 처녀 적의 솜씨를 발휘하여 오메기떡과 오메기술을 만들어, 당시에 민속촌으로 지정되어 호황을 누리고 있던 성읍 관광객 음식점에 내다 팔았다.
오메기떡을 찔 때나 고소리술을 받을 때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여름에는 아궁이 앞에서 비오듯 땀을 흘려야 하고 아궁이 매운 연기는 눈물을 흘리게 한다. 개인적 주류제조가 금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오메기술이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은 순전히 이렇게 자식을 위하여 땀과 눈물을 이겨내는 어머니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증류될 때 고소리 주둥이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소리술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땀 한 방울 눈물 한 방울이다.

1990년에 오메기술이, 1995년에는 고소리술이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김을정 할머니는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나 문화제에서 토속주 제조를 시연하는 김을정 할머니를 뵐 수 있고 토속주를 시음할 수도 있다. 김을정 할머니는 고품질의 오메기술 제조를 위하여 천여 평의 밭에 직접 조 농사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메기술의 기술 전수는 딸 강경순 씨에게, 고소리술은 며느리인 김희숙 씨에게 전수 시키고 있다.

/ 김동일 기자 day-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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