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시골 은행에서는 “제주의 시골 은행에서는 정다운 얼굴로 커피를 준다”
“제주의 시골 은행에서는 “제주의 시골 은행에서는 정다운 얼굴로 커피를 준다”
by 라라 여행작가 2016.11.09
아마 도시에 살다가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소위 말하는 시중은행이 제주에선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주로 사용하던 은행이 하나은행, 우리은행 정도였는데 내려온 지 한 달 안되었을 때 하나은행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다. 급하게 은행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겨 제주에 온 지 얼마 안돼 지리를 잘 몰라 택시를 잡아타고 신제주인 집에서 구제주까지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택시 기사분께 제주도에 하나은행이 어디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자, "하나은행은 제주도에 하나밖에 없어서 하나은행이죠" 라는 썰렁한 유머가 돌아왔다.(물론 지금은 신제주에도 있다.)
그 후로 제주도에는 시중은행은 소수로만 존재하고 대신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의 특수은행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이 여러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주자의 시선에서는 다소 재밌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에도 있고 어디든 볼 수 있는 은행에 새로운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제주에 와서 만나게 된 고향이 제주도인 제주 토박이 친구는 육지에 가면 새마을 금고나 농협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고 했다. 나처럼 친구도 도시에서는 다른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구나, 하며 한참 웃었다.
오늘도 나는 은행에 볼일을 보러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그런데 여기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은행에 손님이 오면 직원들이 작은 쟁반에 커피나 음료를 들고 다니며 한 잔 하시라며 내민다. 참 인상적이다.
말단 직원이 아니라 은행에 가면 창구 뒤에 한가로워 보이는 (코를 파며 한가롭게 컴퓨터를 보는 듯했던) 직급이 높은 그 분들이다. 갈 때마다 인상 좋게 웃으며 한 잔 하세요, 하고 내미는데 손님들 사이로 다니며 안부를 묻고 마실 음료를 주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따뜻하다.
"그 동녘집 이사는 갔수광?"
"아직 사람 못구해씨민 나가 알아보카마씨?"
"요즘 비가 하영 와부난 마농은 어떵 안됐수꽈?"
더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이라 은행에서는 음료를 권하며 마치 집안의 모든 소소로운 일들을 잘 안다는 듯, 주고객인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무척 신기하고 따뜻해 보이는 곳이다.
도시에서 은행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길게 이어진 대기표를 받고 내 순서가 언제 오는지 급한 마음으로 빨리 일을 처리하고 나가고 싶은 곳이 은행이었다.. 때로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삼삼오오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빨리, 더 빨리를 외치고 싶은 도시인의 지친 눈동자와 그 그늘 밑으로 고단하고 지친 도시인의 삶의 피로가 맞물린다. 밀여드는 업무에 창구의 직원도 두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곳, 서로가 바쁜 이 시간을 빼앗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에 도시에서의 나는 은행에 가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제주에 이주한 후로 은행에 가는 일은 여유롭다. 앉으면 먼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곳. 우리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건네지 못하고 달려왔을까.
여름에는 얼음을 넣고 간 귤 슬러시,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로 손님을 맞이하는 제주의 시골은행. 나는 오늘도 따뜻함을 마시러 우리 마을 은행에 가 잠시 앉아 있다 온다. 비로소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 후로 제주도에는 시중은행은 소수로만 존재하고 대신 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의 특수은행이나 비은행 금융기관이 여러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주자의 시선에서는 다소 재밌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에도 있고 어디든 볼 수 있는 은행에 새로운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제주에 와서 만나게 된 고향이 제주도인 제주 토박이 친구는 육지에 가면 새마을 금고나 농협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고 했다. 나처럼 친구도 도시에서는 다른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구나, 하며 한참 웃었다.
오늘도 나는 은행에 볼일을 보러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그런데 여기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은행에 손님이 오면 직원들이 작은 쟁반에 커피나 음료를 들고 다니며 한 잔 하시라며 내민다. 참 인상적이다.
말단 직원이 아니라 은행에 가면 창구 뒤에 한가로워 보이는 (코를 파며 한가롭게 컴퓨터를 보는 듯했던) 직급이 높은 그 분들이다. 갈 때마다 인상 좋게 웃으며 한 잔 하세요, 하고 내미는데 손님들 사이로 다니며 안부를 묻고 마실 음료를 주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따뜻하다.
"그 동녘집 이사는 갔수광?"
"아직 사람 못구해씨민 나가 알아보카마씨?"
"요즘 비가 하영 와부난 마농은 어떵 안됐수꽈?"
더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이라 은행에서는 음료를 권하며 마치 집안의 모든 소소로운 일들을 잘 안다는 듯, 주고객인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무척 신기하고 따뜻해 보이는 곳이다.
도시에서 은행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길게 이어진 대기표를 받고 내 순서가 언제 오는지 급한 마음으로 빨리 일을 처리하고 나가고 싶은 곳이 은행이었다.. 때로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삼삼오오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빨리, 더 빨리를 외치고 싶은 도시인의 지친 눈동자와 그 그늘 밑으로 고단하고 지친 도시인의 삶의 피로가 맞물린다. 밀여드는 업무에 창구의 직원도 두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곳, 서로가 바쁜 이 시간을 빼앗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에 도시에서의 나는 은행에 가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제주에 이주한 후로 은행에 가는 일은 여유롭다. 앉으면 먼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곳. 우리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건네지 못하고 달려왔을까.
여름에는 얼음을 넣고 간 귤 슬러시,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로 손님을 맞이하는 제주의 시골은행. 나는 오늘도 따뜻함을 마시러 우리 마을 은행에 가 잠시 앉아 있다 온다. 비로소 사람 사는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