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의 망모석(望母石), 오백장군
영실의 망모석(望母石), 오백장군
by 이미경 객원기자 2017.06.01
제주에 올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한라산 영실이다. 한라산에 이르는 모든 길의 경치가 절경이지만 영실 코스가 그중에서도 으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올라가도 시간이 넉넉하다.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걸으멍 쉬멍 두 시간 정도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에 즐비하게 늘어선 500개의 돌기둥, 영실기암이 보인다. 영실은 석가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삐죽빼죽 제각각 하늘로 솟은 기암은 석가의 설법을 듣고 있는 나한 같다고 해서 오백나한이라고도 한다. 언뜻 보면 삼각김밥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 보면 기다란 소맷자락의 옷을 입고 두 손을 나란히 모아 합장하는 나한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영실기암은 장군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오백장군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에게는 오백 명의 아들이 있었단다. 하루는 흉년으로 배를 곯게 되자 설문대할망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오라 하고 아이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집에 돌아온 아들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허겁지겁 죽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온 막내아들은 죽을 뜨다가 커다란 뼈를 발견하고는 바로 그것이 엄마의 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문대할망은 세상에서 키가 가장 큰 신이었으니 뼈 또한 어마어마하게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이없이 엄마를 잃은 막내아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엉엉 울며 형들을 밀치고 그대로 차귀도로 뛰쳐나가 바위가 되었다. 형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회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바위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영실의 오백장군이라는 이야기다.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걸으멍 쉬멍 두 시간 정도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에 즐비하게 늘어선 500개의 돌기둥, 영실기암이 보인다. 영실은 석가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삐죽빼죽 제각각 하늘로 솟은 기암은 석가의 설법을 듣고 있는 나한 같다고 해서 오백나한이라고도 한다. 언뜻 보면 삼각김밥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 보면 기다란 소맷자락의 옷을 입고 두 손을 나란히 모아 합장하는 나한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영실기암은 장군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오백장군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에게는 오백 명의 아들이 있었단다. 하루는 흉년으로 배를 곯게 되자 설문대할망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오라 하고 아이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집에 돌아온 아들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허겁지겁 죽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온 막내아들은 죽을 뜨다가 커다란 뼈를 발견하고는 바로 그것이 엄마의 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문대할망은 세상에서 키가 가장 큰 신이었으니 뼈 또한 어마어마하게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이없이 엄마를 잃은 막내아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엉엉 울며 형들을 밀치고 그대로 차귀도로 뛰쳐나가 바위가 되었다. 형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회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바위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영실의 오백장군이라는 이야기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 설화 속에는 신과 인간이 돌이나 바위로 변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신과의 약속을 어기거나,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지 않아 돌로 변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금기를 위반한 징벌의 의미로 돌로 변했다기보다는 안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스스로 어찌 하지 못해 죽음을 넘어서까지 자신의 감정을 간직한 채 돌로 변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그래서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다 망모석이 되어버린 오백장군 이야기도 애달프게 느껴진다.
화창한 오월, 한라산 지천으로 피어난 철쭉이 오백장군의 피눈물처럼 보이고, 귀에서 웅웅대는 바람소리가 오백장군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화창한 오월, 한라산 지천으로 피어난 철쭉이 오백장군의 피눈물처럼 보이고, 귀에서 웅웅대는 바람소리가 오백장군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