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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모두가 모이는 사랑방

모두가 모이는 사랑방

by 라라 여행작가 2017.08.02

우리 동네에는 작은 선술집이 하나 있어요. 제가 이 마을에 이사 와 정착한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 그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가게였나 봅니다. 주요 메뉴는 치킨인데 이것저것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메뉴를 자랑합니다. 그 맛은 또 어찌나 맛있는지 그날의 기분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어요.

저는 제주에 이주하기 전에 서울의 서교동에서 살았습니다. 서교동은 홍대로 유명하죠. 가뜩이나 애주가인 저는 홍대에 살면서 핫플레이스에 앉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기분 좋으면 그대로 클럽에도 자주 갔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후 그런 화려한 도시 문화는 제게는 이제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도시의 밤을 환하게 비추던 네온사인과 요란한 음악소리와 수많은 사람들, 멋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도시의 술집 대신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별을 세고 푸른 달밤을 바라보며 집에서 즐기는 편안한 술자리가 많아졌습니다.

동네의 친구와 만나 외식하듯 밖에 나가면 우리는 어김없이 동네의 작은 선술집으로 갑니다. “사장님, 저희 치킨 하나 맥주 두 잔 주세요!” 한 잔 두 잔 마시고 있을 때쯤 윗 동네의 조군이 친구들과 왔네요. 우리는 자연스레 인사하고 합석을 합니다. 조금 있으니 마을의 청년 축구회에서도 우르르 들어옵니다.
이제 막 축구시합을 끝내고 들어온 청년들은 구슬땀을 닦으며 맥주를 따라가네요. 조금 있으니 아버지뻘로 보이시는 동네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들어오시네요. 조금 있으니 아기처럼 앳돼 보이는 대학생들도 생일파티를 하러 들어왔군요.
저는 문득 이 풍경을 보며 가슴 가득 따뜻해졌습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었으니까요. 특정 나이대가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 아니라 이십 대부터 육십 대까지 두루두루 모이는 마을의 사랑방이 몹시 사랑스러웠습니다.

누군가는 우렁찬 목소리로 시끌시끌하고 누군가는 조곤조곤 조용한 말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의 사장님과 가족분들의 인상은 이 마을에서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들어오시는 손님들 하나둘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다정한 에너지 가득 흐르는 마을의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 허름하고 낡은 테이블이지만 그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은 모두 따뜻할 거예요.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사장님, 맛있게 나오는 술안주 사이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은 오늘도 환하게 불을 켜고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우리 마을의 작은 사랑방은 다양한 사람들의 신나는 이야기들로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네요.
도시의 화려함은 없지만 제주의 시골 밤은 이 공간이 있어 더 반짝이고 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