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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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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찾지 않는, 그곳이 명소

관광객 찾지 않는, 그곳이 명소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08.10

“현지인이 가는 곳 알려줘!”

제주도 살면서 이곳에 놀러 오는 지인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듣는 요구사항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 현지인이니 외지인이니, 들을 때마다 좀 거창해서 실소가 나오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것 같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찾는 알짜배기 장소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겠거니.

개인적으로는 현지인의 핫플레이스라는 게 별 거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아 한적한 곳,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 들지 않는 곳을 찾게 된다. 특별히 빼어난 풍광을 가진 곳이나 엄청난 맛을 지닌 식당이 아니더라도, 붐비지 않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한다. 이를 테면 함덕 해수욕장의 한가운데보다도 끄트머리 작은 해안가를 좋아하고, 제주도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흑돼지’ 메뉴가 아예 없는 고기 집에 간다. 화려하지 않지만 내 마음 속의 핫플레이스를 지키는(?) 것이 관광지에서 피곤하지 않게 사는 나름의 방법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주로 물색하게 되는 곳은 반려견과 함께 달릴 수 있는 광활한 장소다. 뻗치는 기운을 주체할 길이 없는 나의 반려견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유채꽃프라자다. 이름이 말해주듯 유채꽃 명소라서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4월이면 사람들이 꽤 찾는다. 그곳까지 가는 길인 녹산로의 인기도 한몫을 한다. 도로 양쪽에 유채꽃과 벚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피는 봄에는 길 여기저기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물론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는 내가 원하는 것은 비수기의 유채꽃프라자, 그 안에 펼쳐진 잔디광장이다. 가파른 오름도 절대 쉬지 않고 뛰어 오르는 나의 반려견이 달리고 달리다가 20분 만에 지쳐서 나뒹굴 정도로 넓다. 이 안에는 가시리 풍력발전단지가 있어 그 거대한 바람개비 여러 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이 또한 제주의 풍경으로 여긴다면 이색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광장 앞에서 대록산(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 등이 시원하게 보인다. 체력이 허락된다면 대록산까지 올라볼 것을 추천한다.

한적해서 좋은 또 다른 곳은 해비치해변으로 알려진 표선해수욕장에서 조금 떨어진 소금막해변이다. 특히 서퍼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인데, 사람이 적어서 초보 서퍼들도 부담을 덜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표선면 하천리 청년회가 운영하는 서핑스쿨에서 유료로 강습을 하고 있다. 아직 서핑을 1도 모르는 내게는 반려견과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겨우 카페 하나가 반겨주는 조용하다 못해 쓸쓸하던 월정리가 이제는 카페와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진 것처럼 갈 곳이 하나둘 줄어들고 있다. 그 쓸쓸함이 그리워서,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찾고 싶은 그런 곳이 내게는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