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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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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 육지 여행

제주사람 육지 여행

by 라라 여행작가 2017.10.11

열흘간의 연휴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마치 방학이라도 된 듯 말 그대로 황금빛 연휴였습니다. 긴 연휴로 인천공항 및 국내선 공항들은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계획했을 이 연휴의 여행으로 해외로 또는 가까운 외곽으로, 또는 제주로 여행을 떠났겠지요.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살고 있습니다. 볼 것 많고 갈 곳 많은 제주는 여행하듯 살기 좋은 섬이지요.
하지만 요번 연휴에는 거꾸로 육지에 나가보기로 했어요. 남도의 환상이 늘 있었는데 요번에 나갔다 오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완도에 도착합니다. 제주의 바다와 같은 바다지만, 남도의 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그물처럼 자리 잡아 있더군요. 다시 배를 타고 ‘보길도’라는 섬에 도착합니다.
가뜩이나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에 사는 저는 더 조용하고 더 고즈넉한 섬으로 들어와 있더군요.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이 낯선 외지인의 방문이 신기한지 굽은 허리를 들어 올려 인사를 합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남도의 사투리는 구수하니 듣기 좋았습니다. 그렇잖아도 고여한 보길도의 밤은 더욱 고요했고, 별은 빛났습니다. 왠지 오랜만에 제주를 떠나온 마음은 더욱 차분해졌습니다. 다음날, 보길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해남의 땅끝마을에 도착합니다. 해남의 천년사찰 대흥사에도 가고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다는 남도의 밥상도 먹어봅니다.
짧은 며칠간의 남도 여행은 좋았습니다. 어쩌다 마을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저에게 서울에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아니요, 제주에서 왔어요” 대답을 하면 하나같이 이런 말이 오갔습니다.
“아니 제주요?! 제주에서 뭐 볼 것이 있다고 여까지 왔소?” 네, 저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더군요. 그 어디보다 아름다운 곳 제주란 섬. 저는 그 아름다운 곳에서 온 여행자였습니다.

떠나보니, 내가 살고 있는 제주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된 여행이었어요. 나는 걸었고, 남도 여행은 좋았고, 남도의 밥상은 아주 맛있었지만, 예정보다 서둘러 제주로 다시 돌아온 제주사람은 육지에 가서 비로소 내가 얼마나 멋있는 곳에 사는지 절실히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남은 연휴는 뭘 했냐고요? 숲을 가고 오름을 오르고, 가을의 한라산을 만났답니다. 자주 보는 이 풍경들은 언제나 색다르고 감동적입니다. 떠나보니 제주란 땅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여행이었어요. 제주사람의 육지 여행은 짧았지만, 내가 얼마나 멋진 곳에 사는지 알게 된 3박 4일이었습니다. 연휴가 끝났습니다. 재충천한 에너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를 알차게 시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