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여라, 제주의 가을
찬란하여라, 제주의 가을
by 라라 여행작가 2017.11.15
가을이 오면 제주에는 억새가 피기 시작합니다. 오름에 올라가 바라보는 억새는 군락을 이루어 자리 잡아 바람에 일렁입니다. 이 순간은 마치 오름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살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은 장관을 보여주죠. 360여 개에 이르는 오름의 이름은 어찌나 이쁜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에요.
가을이 오니 시간이 될 때마다 오름에 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여름에는 바다에 나가 첨벙첨벙 수영을 즐겼듯이, 가을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오름을 찾아가거나, 형형색색 찬란한 낙엽을 보러 숲으로 가 짧은 가을을 마음에 담아 봅니다. 서쪽에 사는지라 동쪽으로 마실 가는 일은 꽤 설렙니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요.
특히 ‘초저녁에 외롭게 떠 있는 샛별 같다’는 새별 오름은 집에서 가까우니 한 달에도 서너 번은 찾아갑니다.
보고 또 보아도 새별 오름의 위풍당당한 아름다움은 오름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아요. 제주에 정착한지 얼아 되지 않았을 때는 용눈이 오름에 눈이 멀어 자주 갔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오름은 용눈이 오름밖에 없다는 듯, 그렇게 줄기차게 찾아가 감탄을 했지요.
보고 또 보아도 새별 오름의 위풍당당한 아름다움은 오름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아요. 제주에 정착한지 얼아 되지 않았을 때는 용눈이 오름에 눈이 멀어 자주 갔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오름은 용눈이 오름밖에 없다는 듯, 그렇게 줄기차게 찾아가 감탄을 했지요.
가을이면 새하얀 억새가 바람에 물결치는 따라비오름,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보이는 다랑쉬오름 그리고 그 형님 다랑쉬 옆에 자리 잡은 아끈다랑쉬, 가파르지만 상쾌한 노꼬메오름, 푹 꺼진 분화구에 삼나무가 둘러쳐 서있는 아부오름, 한라산 가는 길목에 있는, 비가 오면 호수가 생기는 사라오름 등등 제주 곳곳의 오름 탐방을 즐기기 좋은 계절, 가을.
벌써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낙엽이 절정일 때면 한라산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죠.
벌써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낙엽이 절정일 때면 한라산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죠.
흡사 줄이라도 서서 올라가듯, 가을산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낙엽 반 사람 반입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왜 이리 빠르게 사라지려고 하는 걸까요? 벌써 겨울의 문턱으로 다가가려는 가을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는 심정이 되네요.
생각해보면, 제주의 계절은 아름다움에 심취한 저 같은 사람들을 한 시도 가만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봄에는 사방으로 샤방샤방에 유채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뜨겁지만 푸른 바다가 우리를 유혹하고, 가을에는 오름에 올라 억새와 낙엽을 느끼고, 겨울에는 단연코, 웅장하고 수려한 겨울을 보러 한라산을 올라가니까요.
생각해보면, 제주의 계절은 아름다움에 심취한 저 같은 사람들을 한 시도 가만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봄에는 사방으로 샤방샤방에 유채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뜨겁지만 푸른 바다가 우리를 유혹하고, 가을에는 오름에 올라 억새와 낙엽을 느끼고, 겨울에는 단연코, 웅장하고 수려한 겨울을 보러 한라산을 올라가니까요.
귀찮아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사람이 없는 곳에 앉아 제주의 가을을 맘껏 느끼며 짧은 계절 가을을 만끽합니다. 뒤돌아보면, 바람은 제 뒤에 있군요. 바쁘게 뛰려는 내 마음을 잡아둔 채 아름다운 계절은 늘 짧게 스쳐가고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