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따뜻한 남쪽 섬의 과일, 제주감귤

따뜻한 남쪽 섬의 과일, 제주감귤

by 라라 여행작가 2016.12.20

12월의 겨울, 바야흐로 제주에는 감귤 시즌이 돌아왔다. 제주의 마을 이곳저곳을 걷다보면 초록의 감귤나무에서 새초롬하게 매달려 있는 노란 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사시사철 감귤 농장의 풍성함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가을에서 겨울로 달려가는 계절의 변화에 감귤은 주렁주렁 열리고 제주 시골 어르신들의 일상은 몹시 바빠진다. 이른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밭에서 감귤 작업을 하고 나처럼 이주해 온 사람들도 감귤 일거리를 찾아 귤 농장에 나가는 시즌이 이 겨울이다. 재래종으로 유자, 당유자, 금귤 등이 있고 한라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 한라봉은 껍질이 두텁고 일반 감귤보다 묵직하다. 여기에 한라봉과 감귤을 더해 계량해 만들어진 ‘레드향’과 껍질을 까서 입에 넣어 먹으면 그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 만들어진 이름인 ‘천혜향’도 오렌지와 귤을 더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황금향, 영귤, 미숙귤등 제주에는 귤 품종의 과일이 넘쳐난다.
어린시절 겨울만 찾아오면 귤 한 봉지를 사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TV를 보며 손톱이 하얘지도록 귤을 까먹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의 엄마는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늘 검은 봉지에 몇 백원 어치의 귤을 사오곤 하셨다. 소복히 눈 내리던 저녁, 엄마가 들고 오는 검은 봉지안의 노랑색 귤 몇 개는 다정함이 스며든 나의 어린 기억의 한 조각이 되었다. 제주에서는 어쩌면 흔하디 흔한 과일이 감귤일지 모르지만 그때는 그 귤 몇 개가 그렇게 달콤하고 귀했다. 제주에 와서 살면서 이웃 어르신들은 집 앞에 귤을 통째로 두고 자주 가신다. 상품화가 될 정도의 좋은 귤은 아니고 이렇게 이웃과 나누어 먹는 조금 못생기거나 조금 작거나 하는 정도의 귤인데 맛이 이상하거나 그런건 아니다. 단지 외모가 B급으로 떨어졌을 뿐, 남쪽 섬의 귤은 따뜻한 기후덕에 비타민C가 풍부한 건강한 과일이다.

귤 시즌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에서 귤이 넘쳐나도록 집안에 들어선다. 제주의 여러 식당들도 귤 시즌이 오면 입구에 귤 상자를 오픈하고 맘껏 먹으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이런 귤들이다. 과일로도 먹지만, 껍데기는 짤 씻어서 진피차를 만들거나 귤쨈을 만들고 귤껍질까지 다 넣고 졸여서 귤 마말레이드도 만들어 본다. 귤 소스도 만들어두면 샐러드 요리에도 새콤달콤한 귤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제주의 귤 시즌이 오면 내 손길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따뜻한 남쪽 섬의 풍성한 귤 인심은 그 마음 만큼이나 따뜻하고 다정하다. 도시에서 어릴적 엄마가 사오던 그 귤의 기억만큼 이 노랑색의 작고 아담한 귤은 제주의 겨울이면 부자가 된 듯 넘쳐난다. 제주의 바람을 머금고 태어난 과일, 제주 감귤. 요번 겨울에도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귤을 먹는다.

제주 감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