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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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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스댕 밥상의 기억

꽃무늬 스댕 밥상의 기억

by 라라 여행 작가 2017.01.04

드디어 오일장에 찾아가 꽃무늬 스댕 상을 샀다. 2인용이 만 오천 원 정도. 3~4인용은 만 팔천 원. 사이즈는 계속 쭉 나가더라. 어렸을 때는 그렇게 높아 보였던 밥상이 이렇게 낮을 수가! 내 몸이 거인이 된듯하다.

비 내리는 날, 김치전 한 장 부쳐서 막걸리 한 잔 하면 딱 좋은 정다운 스댕 상. 당신과 나 마주 앉아 건배하면 가까워서 좋고 손님이 와 서너 명 마주하며 친근하게 둘러앉아 기분 좋은 상. 오랜만에 테이블 위가 아닌 상다리를 펴서 보글보글 순두부 뚝배기를 올려서 밥을 먹으니 하하 호호 기분이 좋다. 이런 스댕 밥상은 제주시 오일장에 참 많았다. 어렸을때의 추억을 더듬으며 가벼운 이 밥상을 찾으려고 며칠을 괜히 인터넷에서 찾고 있었다.

이런건 지금은 모두 사라졌을까? 아니면 고물상에 가면 있을까? 혹시나해서 찾아간 장터의 그릇집에는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조금 놀라웠다. 정말 오일장은 없는것 빼고 다 있는 곳이다. 가끔은 테이블 위가 아닌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둥근 스댕 상판에는 붉은 장미 같은 꽃들이 화려하고 촌스럽게 그려져 있다.

어렸을때 기억속에 엄마가 차려주던 스댕 밥상에 밥이며 국을 놓고 들고와 식구들이 둘러 앉아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간혹 화가 난 아버지가 뒤집으면 아주 쉽게 발랑 뒤집히는 가볍고 가벼운, 그래 너는 그런 쉬운 밥상.
어렸을 때 사용하던 것들의 추억이 잊히지 않는다. 육지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에 쓰던 보온 도시락통 있잖아, 옛날에 엄마가 쓰던 나무 체반 있잖아, 어렸을때 쓰던 스댕 밥상 있잖아’ 이렇게 아무리 말해도 그 오래된 물건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가 없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너무나 쉽게 물건을 구매하고, 자동으로 뭔가를 해주는 빠른 시스템이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그래도 느리게 가고 싶고 불편해도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운 것들은 추억 속에 남아 그때 그 물건을 아끼고 잘해줄 걸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즘. 마치 오래된 잔에 막걸리를 마시는 것과 비싼 고급 도자기에 마시는 술맛이 다르듯그 오래됨. 그 추억에 얽힌 시간들과 감성이 항상 그리워지네. 아.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나의 오래된 기억과 추억들은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것들을 아끼려고 노력한다.

밥상 하나의 추억, 밥상 하나의 기억을 안고 오늘도 나는 뚝배기에 청국장을 끓여 상에 올린다. 화려한 꽃무늬의 비주얼 저 촌스러움은 가벼움을 동시에 지녀 실용성이 넘치는, 그래서 아름다운 너의 이름 스댕 밥상, 새해에도 나의 정다운 밥상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