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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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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서귀포시, 그 공간의 간격에 대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 그 공간의 간격에 대하여

by 라라 여행작가 2017.01.18

제주에 내려온 지도 5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수 년 전, 일 때문에 터키의 이스탄불에 머물 때 만난 제주 거주자인 부부 덕에 나는 서울에 돌아와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란 섬으로 이주했다. 외국을 그렇게 떠돌았지만 제주란 섬에 눈을 돌린 적이 한 번도 없었을 만큼 나는 제주에 대해 무지했다.

나는 적당히 모른 채로 제주에 정착하기를 소망했다. 살아가면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조금씩 배워나가기를 꿈꾸고 있다. 제도권에서 조금 멀리, 하지만 적당히 그 선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여행자의 자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주에 도착해 일단 연세로 집을 구했다. 제주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연세 (1년에 한 번 금액을 지불하고 산다)라는 개념의 주거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이국적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기도 했다. 1년 살아보고 부담 없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겠지 생각했는데 나는 어느새 제주 애월의 작은 마을에 정착해 무탈 없이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연세로 살면서 제주를 관찰했던 것은 참 잘 한 일인 것 같다.
작지만 넓고 커다란 섬, 제주. 동서남북 각기 다른 풍광과 사람들과, 바람과 음식과 풍습과 느낌은 제주에 산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의 모습은 또 얼마나 다른가. 제주의 바람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산간을 관통하며 다양한 풍경을 만들었고 사람들의 공간에 스며들어 각기 다른 느낌으로 삶에 스며들었다. 처음 제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수시로 내가 사는 제주시에서 중산간에 사는 친구들과 서귀포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곤 했다. 그러다 제주 토박이 지인분이 “넌 그추륵 먼디 어떵 댕겸시냐? (너는 그 먼 서귀포시까지 어떻게 다니냐)” 며 놀라워했다. “언니, 멀기는요,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잖아요” 내가 그렇게 대답할때마다 지인은 그래도 그렇지 어이쿠 너무 멀다,며 아이러니한 웃음을 보였다.
그때는 나도 몰랐다. 육지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다니는 일이 그렇게 힘들고 먼 곳에 가는 일인지. 서울에서는 기본 한두 시간 거리에서 오가는 삶에 익숙하니 말이다. 이후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는 일을 꽤나 크게 생각하고 날 잡아 오가는 거리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는데 제주 생활 5년 차가 되어가는 나 역시도 그 생각과 똑같아졌다는 것이다. 어느새 서귀포에 사는 친구와 만나는 일은 날 잡아 작정하고 만나야 하는 간극의 세계로 들어서고 말았다. 손바닥처럼 작다면 작고 세계 어디 보단 크다면 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간극은 나를 제주도 사람들처럼 우리 언제 날 잡아서 보자는 인사를 할 정도로 나는 제주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제주란 섬의 공간의 간극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제주의 삶에 녹아든다. 그래! 나도 제주도 사람 다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