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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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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길을 걷는 방법

제주의 숲길을 걷는 방법

by 라라 여행작가 2017.02.15

비가 똑똑 떨어지는 숲에서 비릿하게 퍼져나가는 비와 섞인 흙냄새를 맡으려 했는데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 계획을 수정해 제주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이상하게도 숲이 좋았던 나는 친구와 함께 학교 근처의 숲 속에서 뛰어놀고는 했다. 도시에서 자랐던 나는 늘 자연에서 놀 수 있는 것들을 동경해 마지않았다. 어린 아이였지만, 때로는 바구니에 밥과 반찬을 넣고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며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별 말씀없이 웃기만 했지만 어쩌면 그녀는 나의 지금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때 그 어린 시절, 찾아들어가 쉬곤 했던 숲에서는 마른 낙엽을 던지거나 그냥 그대로 바닥에 누워 낙엽을 이불처럼 덮고는 숲 속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아무말 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누웠을 때 들리던 그 청명한 소리들. 그 소리들은 모두 자연의 소리였는데 눈을 감고 마음을 조용히 하면 더 크게 내게 울려 퍼져와 어린 나이였지만 늘 감동받고는 했다. 바람소리, 나무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의 부딪김, 친구의 작은 속삭임. 마치 그 기억은 영화로 치자면 판타지 영화처럼 내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자연이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찾아가는 주변의 숲은 제주도에 산다는 것을 늘 인식시키고 부지런하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삼백여개가 넘는 오름과 숲은 늘 미지의 대상이다.

제주에 살면서 시간이 날때마다 여러 숲과 오름을 걷다 보면 땀이 송글송글 이마에 맺힌다. 아아 제주의 계절은 이리도 아름답단 말인가. 무엇하나 놓칠것없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는 그저 하나의 큰 세상이다. 절물자연휴양림, 곶자왈, 사려니숲길, 장생의 숲길, 그리고 수많은 오름은 미지의 대상이자 호기심이다.
예쁘고 화려하진 않지만 야생화가 가득하고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에 정신이 맑아지는 숲길, 그 거친 숲길을 걷다보면 정리되지 않았어도 나름의 질서와 규칙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정 제주의 생태계에 늘 감탄을 한다. 꽃보다 숲이고, 나무이고,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살아있는 땅 제주. 오늘도 난 내가 이곳에 살아가고 있다는 그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하루 제주에 살면서 수 많은 오름과 숲길을 하나하나 걷기 시작했다.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이 그렇듯, 빌딩숲에 살다 온 우리에게 제주의 숲은 우리를 인도한다. 당신 조금 천천히 가라고. 떨어지는 낙엽 하나 허투루 보지 말라고. 그 소리에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인식하고 또다시 미지의 숲으로 떠난다. 그 향과 나무의 감촉과 흙의 기운과 냄새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