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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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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푸른바다의 로망,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 문제들

제주도 푸른바다의 로망,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 문제들

by 라라 여행작가 2017.02.28

"난, 제주도에 가면 바닷가 앞에 근사한 집을 빌려서 바다도 실컷 보며 여행도 하고 이 섬을 즐기다 오고 싶어"
최근 몇 년 사이 혼자 오는 이주자들이나 가족이 모두 이주한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제주 한 달 살기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가 활성화되어 여행하듯 살아가는 짧은 일정의 제주 살기도 유행이다. 왜 육지의 우리들은 이토록 제주의 삶을 로망 하는가.

남쪽 섬에 홀로 떨어져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란 섬은 언어도, 문화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달라 제주도에 와서 사는 걸 이사라고 표현하지 않고 주로 이주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렇게 거주지를 옮겨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이주자들은 알고 있던 환상과 로망 그 간격의 끝에서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기도 한다. 제주는 분명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한 바다가 우리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지만 이곳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야 가능할 것이다.

제주란 섬의 특성상 바람이 세고 특히 그 센 바람에 실려오는 바닷바람의 소금기는 집안 곳곳으로 들어와 습하고 눅눅하다.
제주도에 내려와 처음 제습기라는 걸 사서 집안에 틀었을 때 얼마 안 돼 물이 가득 차 나온 걸 보고 이 기계가 고장이 났나? 할 정도로 의심스러웠지만 그게 제주 삶의 현실이었다. 육지에 살 때는 습도가 낮아 가습기를 주로 사용했다면, 제주에서는 끈적한 습도를 잡아줄 제습기가 필수라면 필수다.

그 눅눅한 습도는 집안 곳곳에 치명적인 곰팡이를 만들어냈다. 조금만 게을러도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퍼져 버려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이불 사이사이에, 신발장 구석구석에, 부엌과 옷장, 장롱에 신문지를 두거나 제습제를 보충해 습도를 잡아보려 애쓴다. 제주에 온 지 얼아 안돼 구입한 자전거를 생각 없이 밖에 두었다가 몇 번 비도 안 맞았는데 자전거 부품들이 소금기 바람이 만들어낸 습기로 인해 부식되어 버렸다. 중산간에 사는 친구나 바닷가 앞에 사는 친구들의 사정은 더 심하다.
습도가 높아 빨래가 뽀송뽀송하지 않고 꿉꿉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중산간 지역에 사는 친구는 "도시에서처럼 아이들 빨래가 뽀송뽀송했으면 좋겠어" 그녀의 입에서는 긴 한숨이 나왔다. 제주에서는 곰팡이와 빨래를 두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명감에 젓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로 인해 제주를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갔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온 것들에 대해 조금 부지런해야 하고 손이 가는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모든 걸 감수하고도 살아가고 싶은 곳이 결국엔 매력적인 이곳, 제주란 곳이다. 제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려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는지 묻는다.

살아왔던 환경과 문화도 다르지만 기꺼이 나는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다. 오늘도 구석구석 청소를 <더>하고 <더> 부지런해야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괜찮아! 제주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