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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봄 오는 길, 수렵 채취 활동

봄 오는 길, 수렵 채취 활동

by 라라 여행작가 2017.03.15

툭툭 꽃씨가 터지고 기지개를 펴며 꽃망울을 터뜨린다. 하나둘, 고개를 드는 봄의 향연.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폭죽의 불꽃놀이처럼 제주의 봄이 오는 길은 노란 유채의 일렁임으로 비로소 봄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겨우내 불던 찬 바람도 진정을 하고 따뜻한 햇살 가득한 3월의 초봄. 제주의 봄에는 여기저기 지천에 먹을 것이 생겨난다. 제주에 사는 매력 중 이런 점은 도시와 다르게 재미있고 즐거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조금만 부지런하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야. 수렵 채취 활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행복의 근원이기도 하다.
때로는 바다 앞에서 삼촌들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낚싯대를 사서 학꽁치를 잡기도 한다. 미끼도 없이 낚싯대를 훅 던지면 여기저기서 빠르게 잡히는 날렵하고 스키니한 학꽁치는 잡히는 맛이 쏠쏠해 재미있다.

그렇게 잡은 학꽁치 몇 마리를 깨끗이 손질해 회로 썰어 안주로 먹기도 하고 불에 구워 한라산 소주 한 잔에 안주로 먹는다.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면서 친구와 함께 들판에 나가 쑥을 뜯었다. 우리는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쭈그리고 앉아 수다를 떨며 봉지 가득 봄 내음 가득한 쑥을 뜯었다.

이 쑥은 된장 풀어 쑥국을 끓이거나 쑥 전을 만들어 먹는다. 향긋한 쑥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착한 식재료다.
이삭줍기로 가져온 무는 바로 동강동강 썰어 깍두기를 만들어 두고 오늘 가져온 빛깔이 세련된 콜라비는 잘 썰어서 창가에 말리고 있다.

이렇게 말린 무는 무말랭이나 감기에 좋다는 무 차로 마시면 좋다. 잘 말려서 차를 좋아하는 엄마에게도 보내야지.

제주에 살면서 조금만 바지런을 떨면 남 보다 두 배는 더 재밌고 즐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들판에 나가 고사리를 뜯거나 쑥을 캐고, 바닷가에서 보말을 줍거나, 낚시를 하는 즐거움은 도시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일들이기에 이 봄날이 오면 나는 분주하다.

지천에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몸뻬 바지를 입고 들판에 쏘다니는 내 모습은 제주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다. 도시의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제주의 봄을 자랑한다.

“친구야. 이 맛에 제주에 사는 것 아니겠니?”

봄이 오는 길이 바쁘다. 얼마 안 남은 3월. 꽃샘추위가 마지막으로 지나가면 나를 또 얼마나 설레게 할는지. 할 일 많아지는, 부지런하게 봄을 즐기는 제주의 나날.

봄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제주의 봄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