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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제주의 4월 3일

제주의 4월 3일

by 라라 여행작가 2017.04.05

제주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 4월 3일, 올해로 제주 4.3사건이 69주기가 되었다. 마을 전체가 소실되어 사라지거나 집단 학살을 당했던 그날의 아픔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1948년 4월 3일 새벽, 무장대가 제주의 곳곳을 파괴하고 아무 죄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무고한 제주 주민들의 희생이 남아버린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일것이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육지에서 자랐던 나는 제주의 4.3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제주에 이주해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4.3사건을 알아가고, 관련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이 비극적인 역사의 사건을 알아갔을 뿐이다. 아마도 이제 이주해 오는 나와 비슷한 젊은 사람들은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리라. 그만큼 육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켜켜히 쌓인 세월이 흘러 비록 많이 늦었지만 점차 제주 4.3사건을 알리고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제도 열리고 있다.

제주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제주 4.3 사건을 바로 알려고 노력한다면 아마도 제주란 섬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유족을 잃고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을 머금고 사는 제주 사람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그들을 알아가기 위한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렇소 나는 바람이 되었소
달의 궤적이 붉은 오름까지 올라갔을 때
다리를 저는 노루의 울음이 잔인하게 울려
퍼졌을 때
한라산 작은 굼부리가 붉은 피로 물들었을 때
그때 나는 세찬 바람이 되었소

그렇소 나는 바람이 되었소.
내 어미의 산담이 그들의 손길로 무너졌을 때
탐욕스러운 까마귀의 날갯짓이 달빛 아래
요란했을 때
섬안에 돌고 돌던 인연들이 끝내 보이지
않았을 때
그때 나는 가녀린 바람이 되었소.
-중략-
그렇소 나는 바람이 되었소
세차고 가녀리게 항상 이 땅에 있을 것이오
내 어미의 손가락 마디를 스치고
내 누이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산굼부리를 지나 마라도까지
단단하게 안아줄 바람이 되었소.

시 <바람이 되었소 中, 4.3평화문학상 공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