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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뜨끈한 국물, 후루룩! 국수 먹는 소리

뜨끈한 국물, 후루룩! 국수 먹는 소리

by 라라 여행작가 2017.04.18

우리나라 사람들은 면 요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신랑신부 결혼하던 날, 한 그릇 듬뿍 주던 잔치국수. 잔치국수란 단어는 진정 아름답지 않은가. 국수 이름이 잔치국수라니!

긴긴 생을 함께 살아갈 새신부와 새신랑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이름이었을까? 인생이 늘 잔치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랬던 것 같다. 잔치처럼 행복할 우리네 인생!우리나라는 각 지역의 면 요리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풍부하니 면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도 역시 국수가 유명한데, 육지에서 흔히 먹던 소면보다는 대부분 중면을 사용하고 멸치 육수보다는 고기를 푹 고아 만든 고기 국수가 유명하다. 동남아에 가면 고기를 넣고 만든 여러 종류의 쌀국수가 많은 것처럼 제주에서는 돔베 고기를 얹은 돔베 국수가 주메뉴이다.

고기국수든, 비빔국수든, 멸치국수든 국수의 후루룩 소리는 방금 밥 한 그릇 뚝딱 먹었던 사람도 한 그릇 더 먹고 싶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작고 소박한 국수가게가 있다.

가격은 얼마나 착한지, 깊게 우린 육수는 가격만큼 맛나고 훌륭하다.

스뎅으로 된 둥그런 탁자에 모여앉아 커다란 스뎅 그릇에 담아 나오는 김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은 우리네 마음과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힘이 있다.

양이 얼마나 많은지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국수를 먹으러 오는 인근 중학교 아이들은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돈을 주머니에서 서로 꺼내 모아 국수 한 그릇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돈을 낸다. 국숫집 주인장은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돈을 모아 주는 모습을 보고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일부러 조금 더! 한가득 올린 국수는 아이들 서너 명이 나누어 먹어도 손색이 없을 양이다. 주인장 아저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참새처럼 떠들다가도 국수가 나오면 일제히 후루룩!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는다.
국수 한 그릇에 돈 얼마나 하겠냐마는 매일 국수를 삶고 재빠르게 면을 찬물에 헹구어 내느라 주인장의 손은 빨갛게 퉁퉁 불어 있지만, 착한 가격으로 여러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그의 미소는 너무도 아름답다.

후루룩! 사람들이 국수를 먹는 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또 주문하고 마는 마력의 국수! 인심 좋고 따뜻한 제주의 우리 마을 국수 가게의 끼니때에는 여기저기 국수 그릇에 코를 박고 젓가락으로 후루룩, 후루룩 경쾌한 국소 먹는 소리만 요란하다.

우리 마을의 착한 국수가게, 착한 인심으로 손님들 국수 먹는 소리를 들으며 주인장도 구석에 앉아 후루룩 국수 한 그릇 드시고 계시네! 아! 오늘도 한 끼 잘 먹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