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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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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1인을 위하여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1인을 위하여

by 라라 여행작가 2017.06.08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문명의 찬란한 기술 그 언저리에는 자발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혼자 살아가고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우리 함께 손을 잡고 <모두 다 함께>가 익숙한 사람들 사이로 홀로 선 나무처럼 1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요즘은 그런 1인의 삶을 위한 공간도 절실히 필요하기도 하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다수를 위한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어쩌면 더 세심하게 더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제주에도 도시를 떠나 여행을 다니는 1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랜 시간 홀로 타국의 시간을 보냈던 나는 제주로 내려와 오직 1인을 위한 소규모 숙소를 운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얼마나 정성스러운 것인가. 다수를 위하는 공간이 아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1인을 위한 침구를 준비하고, 그 한 사람을 위한 아침상을 차리고 커피를 내리는 행위는 여유를 가지고 정성껏 마음을 다할 수밖에 없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재가 수행자가 된 듯 그 1인의 마음을 읽어본다. 짧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온 그들에게 제주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의 에너지를 교감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최근 알게 된 우리 마을의 미용실을 찾아갔다. 고즈넉한 바닷가 앞, 시원한 바닷바람이 열어둔 창으로 작은 공간을 관통하던, 오직 1인을 위한 미용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약속한 시간에 머리를 하러 갔다.
멋진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충분히 자연스럽고 낡은 것들이 작은 공간 안에 충분히 채워져 아주 제주스러워 보였다. 나는 그렇게 그 공간에 앉아 두세 시간쯤 머리를 했다. 주인장이 내 머리를 하는 동안 정말 그 누구도 내가 예약한 시간에 찾아오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 쫓기듯 머리를 하고 요란한 음악이 귓가를 울리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미용실은 아니지만 예약된 시간에는 그 누구도 더 받지 않고 오직 1인을 위한 머리를 하며 정성을 쏟는 주인장을 보고 있자니 한켠으론 미안하지만, 더없이 편안해진다.

하루에 두 세명뿐인 작은 규모의 미용실이지만 제주에서는 무엇보다 조금 느려도 여유 있게 정성을 다해 머리를 하고 싶다는 주인장. 바쁘게 손님들 머리를 빠르게 하며 쳇바퀴 굴러가듯 일하다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려고 제주에 내려왔나 싶었다는 그는 남들보다 느리지만 주도적인 자신의 삶을 위해 무언가를 버리거나 포기하고 1인 미용실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손님은 하루하루 느린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듯했다. 느리지만 한번 왔다 가면 정성스러운 그 자세에 반해 그의 단골손님은 아주 천천히 늘고 있다고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덜 벌면 어떤가? 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1인분의 삶을 위한 성찰의 자세를 가진 이들이 제주에도 많이 있다. 간혹 나의 작은 공간 1인 숙소에 오는 여행자들은 이야기한다.

“제주에는 혼자 여행 오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 맛있는 갈치조림이나 흑돼지 고기는 2인분부터일까요? 혼자 2인분을 다 먹기도 그렇고 말이죠”

1인의 삶은 늘어나고 있는데 1인의 공간은 적어 어쩌면 야박할 정도로 매몰차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물론 제주에도 1인을 위한 고깃집이 종종 생기고 있어 나는 1인분의 맛을 느끼도록 소개도 해주고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1인분의 인생. 무심한 듯 작은 소규모 1인을 위한 정성과 서로의 교감은 제주에서는 느린 것이 더 어울리듯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정성이야말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풍요로움일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