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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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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운전, 누가 쉽다고 했나

제주도 운전, 누가 쉽다고 했나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04.27

집 앞을 지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세 번. 이마저도 타기가 쉽지 않다. 인도가 없어 차도를 위태롭게 걸어가야 버스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는 이 중산간 마을에는 ‘대중’이 없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여기서 차 없이 못 살아요.” “운전 못 하면 발 묶여요.”

이사 와서 주변사람들에게 수없이 들었고, 살면서 크게 체감했지만 선뜻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이후 10년간 장롱 안에 고이 모셔 놓기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길에 오후 5시 막차를 놓쳐서 차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 세 번 갈아타고 돌아 돌아 1시간 30분 만에 집에 가게 되는 일이 잦아지자 큰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롱면허 구제 전문’이라는 운전학원에서 연수를 받고 중고차 한 대를 장만했다. 제주도는 운전연습하기 좋다는 말도 있기에 힘을 얻었다.

그런데 막상 차를 몰게 되니 어려운 상황과 직면하게 되었다.

우선, 관광지이다 보니 열에 여덟 번은 맞닥뜨리는 '하허호호' 렌트카다. 차를 빌리는 모든 운전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레이서’와 ‘여행자’.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났으니 마음껏 달려보자는 전자와, 초행길이라 헤매느라 혹은 바깥 풍경을 즐기느라 기어가는 후자다.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아직 운전이 서툰 내게는 양쪽 다 그다지 달갑지 않다.

그보다 힘든 건 아무데서나 정차, 주차하는 차들이다.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지만 거의 매일 마주치게 되니 심하다 싶다.

렌트카의 경우, 관광지 앞에서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를 세우거나 방향을 홱 틀어버리는 일이 너무 빈번해서 이제 그러려니 한다. 한 번은 버스 뒤를 따르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정류장에 서기에 잠깐 기다렸는데 승객에 이어 기사까지 내리더니 건너편 편의점으로 유유히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좁은 2차선 도로. 초보운전인 내게 버스 뒤편은 만주벌판처럼 넓었고 반대쪽 차선은 보이지 않아 추월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뒤에 줄줄이 소시지마냥 대여섯 대의 차가 매달렸다. 그 모든 차들이 버스 앞으로 질러 사라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얼굴이 빨개지는 일뿐이었다.

대하드라마 같았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버스기사는 나오지 않았고, 나는 아주 우스꽝스럽게 차를 돌려 여차저차 집에 왔다.(누가 지켜봤을까 두렵다)

이 치욕스러운 순간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토로했지만 다들 운전을 못 하는 내 탓만 하는 통에 본전도 못 찾았다. 이런 불편한 상황들은 정말 내가 제라진 운전자가 되면 해소되는 것일까. 특히 고사리철인 요즘은 시련의 계절이다.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도로 여기저기 주차해놓은 차들을 피해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고사리도 좋지만, 호끔 안으로 들여서 세워줍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