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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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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집은 어디에 있나요

by 이현진 객원 기자 2017.05.18

집을 구하고 있다. 지금껏 부모님이 마련한 집에서 밥 먹을 때 숟가락 하나를 얹고, 잘 때는 베개 하나를 얹어 잘 먹고 잘 살았다.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 두 배의 나이를 먹도록 얹혀살다 보니 내가 너무 늙은 캥거루족이라는 부끄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졌다.

아니, 모른 척했다는 쪽이 더 맞다. 1년 반 전에 제주도로 이사를 오면서 직장을 관두고 백수가 되자 독립의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요 양지바른 언덕에서 낯없이 비빌 수만은 없게 되었다. 나는 요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독립, 아니 퇴출의 기로에 서게 되며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 일하느라 부동산을 찾아 발품을 팔 수 없으니 매일 신문과 인터넷을 뒤지는 게 아직까지는 최선의 노력이다. 퇴근 후에 저녁 먹고 임대 정보를 찾다가 깜빡 졸아서 휴대폰이 얼굴로 낙하하면 잠이 드는 나날의 연속. 아마 우리 엄마 얼굴보다 <제주 교차로> 사이트를 더 많이 볼 거다.

집은 차고 넘친다. 이 많은 집에 들어가 살 사람이 제주도에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하영 생겨나고 있다. 2015년 말 내가 이사 올 때만 해도 택시 기사가 ‘예전엔 사람도 안 살던 곳’이라고 했던 우리 동네만 해도, 이제 산야보다는 건물이 더 많이 눈에 걸린다. 땅 위에 조금의 틈만 있어도 며칠 후에 어김없이 골조가 올라간다.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무슨무슨 타운하우스와 무려 유럽의 국가 이름을 내건 마을들이 몇 달 사이에 또 단지를 이루고 들어서 있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우리집은 없다. 연세 200인가 싶어 다시 보면 월세다. 천정부지로 땅값이 치솟았다는 제주도에서 이제는 찾기 어려운 금액이긴 하다. 300~400만원대의 연세 매물이 나와 찾아가 보면 밖거리이거나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정말 오래된 농가주택이다.

부모님이나 은행의 도움 없이 이 금싸라기 같은 제주 땅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줄은 예상했다. 경하면 눈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수련을 깊이 해야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상태의 외부 화장실과 거미줄과 곰팡이 가득한 집을 신혼집으로 들어가기엔 아직 내 그릇이 작다.

그렇다면 깨끗하면서 금액이 맞는 곳은 원룸뿐이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말한다.

“싸우면 얼굴 마주보고 앉아있기 싫어질걸? 다른 방에라도 가 있어야 하잖아. 아무리 신혼이래도 원룸은 안돼.”

비단 싸움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부 사이에도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조건이다. 더도 말고 (적당한 금액대의)투룸을 바라는 게 욕심인건지.

‘즉시입주’라는 임대 광고들의 손짓이 무색하게도 우리가 입주할 집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과연 결혼 전에 우리집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