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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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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강남이로구나

여기가 강남이로구나

by 이현진 객원기자 2017.06.07

키우는 강아지의 집을 확장했다. 모견인 비글이 중형견이라 그에 맞는 크기의 개집을 샀는데, 부견이 진돗개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다 자랐을 거야”라는 가족들의 예상을 매달 보란 듯이 깨뜨리며 폭풍성장한 개 ‘완이’를 위해 아버지가 나무파레트로 데크를 만들어주었다. 무려 2개를 이어 붙였기 때문에 큰 덩치로 이리저리 뒹굴어도 될 만큼 넓어서 좁은 집에 대한 아쉬움을 덜었다.

빨간 지붕의 단독주택에 넓은 나무테라스, 조경수가 심어져 있는 정원. 완이의 집을 보고 있자니 새삼 개가 다 부러워진다. 그래도 너는 네 명의(?)로 된 집이 있구나. 그것도 이 땅값 비싼 제주도에 한 귀퉁이를 차지했으니, 알몸으로 태어나 견생 1년도 안 되어 무려 집 한 채를 건졌구나.

최근 3개월 정도 남은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집 장만이다. 예비신랑은 농가주택을 수리해서 임대료 없이 7년을 살았기에 요즘 부동산 시세에 놀라는 모양새다. 그는 년세 300~400백만 원인 집이 금방 나올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 드문드문 매물이 있기는 하지만 수리비가 더 들법한 상태를 보면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월세 부담을 줄이려고 전세로 알아봤더니, 매물이 없을뿐더러 무조건 ‘억’소리가 난다. 1억은 양반이다. 전세가가 2억, 3억씩 하는 이곳이 강남이란 말인가.

한 지인은 제주시 연동에 있는 원룸을 전세가 1억에 얻었단다. 1억을 대출받는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원룸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른 지인은 공공임대주택 청약 신청을 앞두고, 아내와 촛불까지 켜며 당첨기원 절을 올렸단다. 그럴 만도 한 게, 새로 지은 17평형 아파트를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으로 빌려 10년을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 꽤 좋은 조건이다 싶다. 하지만 신청 다음날 어두운 표정으로 경쟁률이 19:1이라며 절망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집을 짓느라 난리인데 주변인들은 집을 구하느라 난리, 이것이 난센스다.

또 다른 지인은 수년 전 월정리 해변 앞 2천만 원짜리 땅을 비싸다며 안 샀다가, 지금은 평당 1천만 원씩 부르는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한숨을 쉬고 있다. 예전엔 그냥저냥 고쳐서 살라던 쓰러져가는 농가주택도 제주 느낌을 살린 멋스러운 카페로 만들려는 수요 때문에 3억 넘게 달라고 한다.

완이처럼 넓은 나무테라스가 있는 집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 큰 집은 청소하기만 힘들다는 생각에 오히려 작았으면 좋겠다. 작은 마당이야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2018년부터는 제주도 땅값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거라는데, 하필 그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내야 한다. 육지에 살았더라도 이랬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