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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해녀의 바다?

해녀의 바다?

by 라라 여행작가 2017.07.19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바다로 달려 나갑니다. 이 더운 날 주변에 파랗게 손 벌리고 있는 바다가 있다는 것은 제주에 사는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특권이겠죠. 바다에서 물질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질이란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니 바닷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행위. 주로 해녀들이 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제주에 살면서 수영하러 나가는 것을 두고 물질하러 바다에 간다고 표현했었는데 어쩌면 저는 해산물을 따지 않으니 잘못된 표현이었군요.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이 바다에서 즐기는 운동은 모두 좋아합니다. 관광객들이 주로 있는 해수욕장보다는 마을의 포구에서 신나게 다이빙을 하거나 오리발도 끼고 수경을 들고 조금 멀리 나가서 스노클링 즐기기도 하죠.

여름이 되면 무더위를 피해 달아나는 바다의 기운은 에너지 가득 즐겁기만 합니다.

어느 날 그렇게 즐겁게 바다수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제주 할망들이 빨리 나오라고 부르는 겁니다. 알고 보니 앞 바다의 해녀 분들이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채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할망들은 제 소지품을 봐야겠다며 이 구역은 해녀들 구역이라 아무것도 채취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요, 해녀들의 바다에서 소라나 전복 등을 채취하면 1억 이상의 벌금이 있다죠. 제 생각에 그분들은 저를 육지것으로 단단히 보시고 말씀을 하시는 듯 했어요.
저는 기분이 불쾌했습니다. 바위 옆에 있는 삼촌들은 바다에 쑥 들어가서 이것 저것 잡아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채취하지 않았고, 그리고 그럴 마음도 없이 그저 바다수영을 즐기고 있는 제게 바다에서 당장 나오라는 말은 꽤나 씁쓸하더군요. 제주의 바다는 누구의 바다인가요? 그날 이후로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정작 지킬 것을 지키며 바다를 즐기는 이 육지것은 이 바다의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논리가 이상했습니다.

해녀만 들어가서 제주 바다의 해산물을 채취해야만 하는 걸까요? 물론 그 힘든 물질을 하시는 해녀 분들의 노고를 압니다. 하지만 바다라는 자연 앞에서 이 육지것은 감히 생각해봅니다.

제주의 바다는 해녀만의 것인가? 지나친 규제로 관광객들은 영문을 모르고 불쾌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죠. 설령 바닷속 깊이 들어가 채취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 육지것은 씁쓸한 기분을 안고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네요. 이 바다는 그냥 우리의 바다에요. 해녀의 바다도, 육지것의 바다도 아닌, 당신과 나와 우리가 바라보는 바다입니다. 그 바다는 서로를 안고 공존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