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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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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여름에는 얼음동동 한치물회

제주의 여름에는 얼음동동 한치물회

by 라라 여행작가 2017.08.09

올여름은 유독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잠 못 이루는 열대야로 피곤한 여름날이 계속되는군요. 이 더위에 여름철 휴가로 제주로 내려온 친구는 너무 덥다며 연신 땀을 씻어내는군요. 친구는 점심 식사로 시원한 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친구야! 제주는 요즘 한치철이란다. 냉면은 육지에서 많이 먹고 제주의 여름 제철 음식인 물회나 먹으러 가자!” 저는 친구를 데리고 동네의 흔한 식당으로 한치 물회를 먹으러 갑니다.

한여름이 오면 제주의 식당 앞 곳곳에는 <한치 물회 있어요>란 종이를 붙여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여름날 얼음 동동 띄운 냉면집이 인기라면 제주에서는 냉면보다는 역시 한치 물회죠.

아마 도시와 다른 여름날의 제주 풍경일 거에요. 한 여름밤 저 바다 끝에서 환하게 불야성을 이룬 배들을 보고 친구는 놀라워했습니다. 여름철 제주의 밤바다에 보이는 배들은 환한 불을 켜고 한치를 잡는 한치 배들입니다.

저는 이제 이런 고요함을 더 사랑하게 되었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밤바다를 환히 비추는 저 너머에는 그 자태도 고운, 투명하고 우아한 한 치들이 어부들의 배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오징어와는 또 다른 투명하고 아름다운 자태!
오래전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제주에서는 잡아온 한치를 숭숭 썰고 각종 채소를 썰어 된장을 풀고 국처럼 밥에 말아 먹었다고 하네요. 여름철에 상하기 쉬운 해산물에 식초를 넣은 양념장을 넣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데 바다를 끼고 사는 이들의 지혜로움이 느껴집니다.

제주의 여름에는 한치 물회뿐만 아니라 자리물회나 전복 물회도 맛볼 수 있지요. 도시의 여름에는 냉면집이 많지만 제주의 여름은 단연 물회집이 많습니다.
제주에 여름에 당신이 왔다면 잊지 말고 물회 한 그릇 드셔 보시길 추천해요. 그 맛이 여름날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거예요. 한치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어서 다이어트에도 좋답니다. 맛있게 먹으면 뭐든 즐겁고 행복한거죠!

후루룩 입안 가득 쫀득한 한치와 오이의 아삭한 식감이 알싸한 양념에 섞여 입안 가득 퍼집니다. 얼음 동동 띄운 한치 물회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먹고 나오니 친구의 얼굴에는 아까의 더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덜덜 떨며 “아아 춥다! 밖에 좀 앉아 있어야겠다"라며 방긋 웃네요.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줘야 제맛이죠. 무더위에 지친 당신! 얼음 동동 띄운 한치 물회 한 그릇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