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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중산간에 사는 친구

중산간에 사는 친구

by 라라 여행작가 2017.08.23

를 만났습니다. 몇 년 전 제주도에 내려와 살기로 마음먹고 집을 알아보느라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니고 있을 때, 그때 만난 친구였죠. 아무런 연고도 없고 낯선 제주의 문화가 생소했던 그때 우리보다 1년을 먼저 와 자리를 잡았던 비슷한 또래의 친구를 만난 건 어쩌면 행운이었어요.

그들에게 듣는 제주의 문화, 또 다른 이야기로 가득 찬 제주도는 이제 막 정착을 시도하려는 이주자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우연히 만나 그들처럼 중산간에 자리 잡으려던 우리의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나는 그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제주 서쪽의 마을, 애월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처음 이사를 와서는 중산간과 애월의 간극도 잊은 채 참 열심히도 서로를 만났던 것 같네요.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흘러 수년의 시간이 쌓여가면서 우리는 점차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하기야 제주에서는 산 넘어 다른 지역으로 가 마실을 다닌다는 건 도시와는 다른 의미이지요. 도시에서는 한두 시간 거리를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로 출퇴근도 하고 친구도 만나지만 제주에서는 그 한두 시간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제주에 살게 되면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술이라도 한 잔 기울이면 아예 작정하고 자고 갈 생각을 하고 그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서로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데 우린 너무 멀리 살고 있구나, 제주의 거리 좌표는 꽤나 큰 간극처럼 느껴집니다.
마음먹고 서로 만나기로 한 날,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한 만남이 된 것을 반성하며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한 걸음에 달려나갈 수 있는 거리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처럼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무슨 핑계를 그리 대느라 바쁘다고 하는 걸까?
애월에서 중산간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게 느껴지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그대로이군요. 그녀가 들려주는 중산간 마을의 소식은 언제 들어도 낯설고 재밌고, 내가 그녀에게 들려주는 애월의 소식도 그녀에게는 생소하고 재미있겠죠.

제주에서는 가까이 곁에 있지 않으면 만나는 일이 역시나 참 힘드네요. 우리는 이렇게 점점 제주 사람이 되어가나 봅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서로 자주 만나기로 노력을 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오랜 여행으로 대륙을 넘나들고 비행기를 타고 친구를 만나기도 했던 여행자에게 있어 지금 이곳, 제주가 참 넓게 느껴지네요.
역시 세상에서 내가 사는 마을이 가장 넓고 큰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