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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

by 라라 여행작가 2017.09.06

제주에 와서 조금 놀랬던 게 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맑고 순수해서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특히 제주의 아이들은 인사성이 얼마나 좋은지 깜짝 놀랄 정도에요. 조용히 마을을 걷고 있을 때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가방을 멘 초등학교 아이들을 간혹 만납니다. 아이들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제 눈을 바라보며 밝고 경쾌하게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그 인사를 받았을 때 저는 바보처럼 당황하여 누군가 내 뒤에 있나 확인하고는 “응? 나? 나한테 인사했니?”라고 말했던 적이 있답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그때부터 저도 마을 길에서 아이를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게 됩니다. “안녕! 이제 학교가 끝났나 보구나!” 라고요.
어른인 저를 부끄럽게 했던, 육지것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린 착한 아이들의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모습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낯선 어른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무섭고 각박한 세상으로 인해 당연한 논리이겠죠.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마라, 낯선 사람과 말하지 마라, 우리 어른들은 늘 이렇게 얘기했으니까요. 제주의 시골 마을에서 먼저 인사를 해주는 아이들에게 되려 낯설어 머쓱할 정도로 차가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빗장 지른 내 마음을 토닥토닥이며 열리게 했던 꼬마 천사들은 낯선 외지인을 두 손 가득 벌려 맞이해주고 있는데 말이죠. 오늘도 저희 집에 놀러 온 육지 손님이 이런 말을 하네요.

- “제주에 와서 마을을 걸으며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나눠서 정말 놀랬고 고마웠어요. 어른인 저도 하지 못할 이 다정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제주는 아이들도 감동이군요”

그래요, 제주는 다른게 참 많아요. 먼저 다가와 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도 육지것은 하나 더 배우고 갑니다. 안녕, 낯선 사람! 제주에서는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나눠 보세요. 우리의 소심한 마음보다 더 오픈된 따뜻한 아이들이 당신에게 배꼽인사로 다정함을 안겨 줄게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