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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오버투어리즘의 그림자

오버투어리즘의 그림자

by 라라 여행작가 2017.11.01

여름 햇볕을 머금고 어느새 쑥쑥 자라난 억새가 도로변으로, 오름으로, 제주의 지천으로 올라와 바람에 휘날리는 계절, 가을이 되었습니다. 뭉실뭉실 떠오른 구름은 또 어찌나 예쁠까요? 억새가 휘날리는 오름의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아름답습니다. 봄여름 가을겨울 사계절 모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제주도. 요번 가을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전보다는 덜해졌지만, 여전히 관광도시 제주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관광은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쉼을 위한 발돋움이고 설레는 시간이겠죠. 하지만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어떨까요? 마을 어귀에 생긴 카페에는 연일 자동차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심각한 주차난으로 마을 어르신들은 한숨을 쉽니다. 조용히 산책을 하던 해안도로에는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시끌시끌하군요. 누군가 마시고 아무렇게나 버린 일회용 커피잔이 바닷가 앞에 난무하고 곡예하듯 운전하는 렌터카들로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교통 혼잡으로 인해 자동차가 많아져 예전처럼 여유로운 도로는 사라졌지요.
관광도시 제주에서 외부인들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고객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평화로운 시간을 깨뜨리는 이방인이기도 합니다.

멀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터키의 이스탄불, 프랑스의 파리, 그리스의 산토리니 등, 전 세계 관광지에서 넘쳐나는 여행객으로 인해 일상을 침범 받은 채 살아가는 이들의 스트레스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 과잉 관광)은 비단 제주만이 가진 사회적 문제가 아니겠지요.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이곳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쉼이 필요해 떠나온 자 또는 평화롭게 이 땅에 거주하길 원하는 자, 모두에게 관광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줄 서서 들어가듯 올라가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이 아닌 곳,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며 책 읽으며 앉아 있고 싶은 카페, 조용하고 그윽하게 걷는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해안도로, 억새의 곁을 스치며 나직이 걷는 제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도 소중하니까요. 한 번쯤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숙제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