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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제주의 김장철

제주의 김장철

by 라라 여행작가 2017.12.13

코 끝이 알싸한 겨울이 찾아왔다. 육지는 이 집 저 집, 올겨울에도 김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제주에 내려오고 난 후 알게 된 사실 하나, 제주에서는 굳이 김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지보다 날씨가 크게 춥지 않고 식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어 특별히 김장을 담그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오고 난 후 언제부터인가 나는 지인들과 모여서 김장을 하게 되었다.
다양하게 알게 된 사람들로 구성된 육지 사람, 제주사람 두루 모여 우리는 김장을 한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고무장갑을 끼고 수다를 떨며 모여 담그는 김장은 딱 이때만 할 수 있는 <놀이>다. 팔도강산 지역마다 김치 맛도 가지각색인 김치. 제주의 김치는 간혹 전복이나 톳을 넣고 김치를 담근다고 하니 아마도 제주의 특색일 수 있겠다.
특히 양념을 많이 넣는 다른 지역의 김치 보다 조금 심심해 보일 정도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주자들도 많아지면서 이마저도 다양한 맛의 김치로 거듭나고 있다.

지인들과 날을 잡아 담근 김장 김치를 사이좋게 조금씩 나누어 준비한 김치통에 담았다. 이로써 올겨울도 부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한 쪽에서는 돼지 수육을 삶는다. 준비한 굴도 깨끗이 씻어 초장과 준비하고 푹 삶은 수육을 부드럽게 썰어 도마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이제 갓 만든 김장 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가며 먹을 오늘의 별미 완성!
다들 모여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먹는 막걸리 한 잔으로 김장을 담그느라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간다. 서울에 살 때는 집 안에서 엄마를 도와 조금씩 담그던 김장을 제주에 와서는 이렇게 모여 내 손으로 담그기 시작했다. 어쩌면 제주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를 일. 모여서 하니 양은 많지만 분주한 일은 빠르게 마무리 한다.

아낙들의 하하 호호 제주어 사투리를 듣는 육지것들의 못 알아듣는 아리송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겨울철 김장 놀이. 피곤할 새도 없이 나는 김장김치 몇 통을 챙겨들고 행복의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