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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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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삿헌 제주겨울, 옷 돈돈히 이브라!

코삿헌 제주겨울, 옷 돈돈히 이브라!

by 라라 여행작가 2017.12.28

따뜻한 남쪽 섬 제주를 두고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겨울에는 봄처럼 따뜻하고 살만하지 않느냐고 자주 물어본다.

물론 온도는 따뜻해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이건 뭐 육지보다 춥게 느껴지니 제주 바람이 세긴 세다. 강한 바람 때문에 제주어는 존댓말이나 조사, 어미를 생략하거나 축약해서 말하는 ‘~~핸’, ‘~~어서’ ‘~~인’ 등으로 문장이 짧아졌다고 하니 자연 환경은 그 터전의 말투도 바꿔버리기도 한다. 마치 호주의 영어와 미국, 영국의 영어가 다르게 발음되듯 말이다.
겨울이 되면 더 매섭게 불어오는 듯한 제주 바람, 제주 토박이 언니들과 바닷가를 걸었다. 언니들은 날아갈 듯한 내 모자를 보며 “꽉 묶으라"라며 모자 단추를 여며준다. 그녀들이 어렸을 때의 제주는 어땠을까?

바람은 왠지 더 세차고 눈이 자주 내렸을 것만 같다. 어렸을 적 도시의 겨울이 펑펑 내리는 함박눈으로 그랬듯 말이다.

“제주는 바람이 세잖아, 엄마 손잡고 목욕탕이라도 가면 엄마는 <꽉 묶으라, 옷 돈돈히 이브라>며 그렇게 말씀하셨지.
늘 이맘때면 아이들은 푹 눌러쓴 털 모자를 꽉 묶어서 날아가지 않도록 여미고 다녔어,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바람이 어찌나 센지 다 날아가 버린다니까! 그 기억이 나, 왠지 그때는 지금보다 바람도 세게 불었던 것 같아”
언니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제주어를 섞어가며 내게 추억을 이야기한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부는 제주. 이 계절에는 바람이 그리워 꽃을 피우는 동백이 찬 겨울 고고하게 빨간 잎을 들어낸다.

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웅크리고 있지만 기다렸다는 듯 만물을 깨워 잉태하는 겨울은 어쩌면 모든 것의 시초를 품은 계절인지도 모른다. 귤을 수확하고, 기름진 방어가 더욱 맛 좋아지는, 눈 쌓인 한라산의 장관이 멋들어지는,동네 어디에나 동백꽃이 활짝 펴는, 춥지만 코삿헌 제주 겨울,사시사철 만나는 제주의 계절 중, 겨울은 또 다른 풍경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어쩌면 육지보다 더 춥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겨울 웅크리지 말고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해본다.

- 여행을 떠나온 관광객 여러분, 바람이 찹니다! 옷 돈돈히 입으시고 제주 바람을 느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