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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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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던 대로, 순간에 충실하는 삶

2018년 하던 대로, 순간에 충실하는 삶

by 라라 작가 2018.01.03

어김없이 하루가 가고 또 이렇게 새해가 찾아왔다. 해마다 이 맘 때면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세상 구석구석으로 떠난다. 국내에서는 정동진이나 해남 땅끝마을로, 여기 제주에서는 성산일출봉으로 찾아간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에 의미를 부여해 첫 마음을 다잡고 기대와 환희에 찬 사람들의 얼마나 많은 소원과 바램들이 태양에게 가는 것일까? 태양은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알 듯 모를 듯 그렇게 또 떠오르고 질 것이다. 그가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들을 노트에 적어본다. 1년 전의 오늘은 어떠했는지, 문득 되돌아보기도 하는 시간. 어느덧 제주 생활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제주는 바람 같은 여행자를 잡아 끈질기게 붙잡아두고 있으니 사주에 역마살 투성이인 자유로운 영혼의 방랑자가 머물기 좋은 곳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 와서 참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그 시끌시끌했던 도시, 홍대를 떠나 아침이면 새소리에 눈을 뜨고 (이따금 멀리 이웃이 키우는 닭 울음소리에도 눈을 뜨지만) 그저 고요하기만 한마을 저 편 보이는 것이라곤 브로콜리 밭과 마늘 밭, 시금치 밭을 바라본다. 고즈넉한 내 마음의 평화. 어느새 나는 조용하게 지내는 이 고요의 삶에 백 프로, 아니 이백 프로 스며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그것들을 직접 만들거나 배우는 삶은 생각해보면 제주이기에 좀 더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다. 환경은 나를 얼마나 변화시켰나. 돌이켜보면 제주란 땅은 인생에서 큰 정점을 찍어줄 중요한 장소가 되어 준 것 같다.
새해에는 무엇을 한다기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가지고 늘 탐구하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엇>을 위해 희생하거나 강요받으며 달리기를 달렸던가, 조금 더 내려놓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생의 평화로움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작지만 거대한 변화. 빠름을 요구하며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서 나는 당당하게 느리게 갈 것이다. 지금보다 더 느리게, 지금보다 더 고요히 <무엇>보다 <어떻게>를 생각해보며, 지금은 곧 나의 미래, ‘지금’은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에 저 떠오르는 태양에 의미를 부여해 계획하기보다 늘 하던 대로 순간에 충실하는 삶 속으로 걸어간다.
어디에 있든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에 충실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며, 지금 뜨고 있는 저 태양에 그저 감사하는, 지금 내가 있는 제주도에 감동받으며, 매 순간을 오롯이 완벽하게 꽉 채우는 소중함.
2018년, 새해는 그렇게 다를 바 없이 찾아온다. 긴 호흡으로 생을 바라보기.생은 이렇게 찰나가 만들어진 오늘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