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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재주 많은 사람들이 사는 제주

재주 많은 사람들이 사는 제주

by 라라 작가 2018.01.24

제주는 물가는 비싸고 일을 느리게 하기로 유명하다. 왜 그럴까? 육지를 떠나 이주해 온 사람들이 처음 도착해 겪는 많은 이야기 중에는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아마도 육지보다 기후가 따뜻해서 생긴 특유의 슬로우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마치 뜨거운 나라, 동남아 사람들의 특유의 낙천적인 슬로우 마인드와 비슷한 맥락.

예를 들어 집 한 채 지을 때도 육지에서 하던 걸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날씨가 더우면 하루 쉬고, 비 오니까 또 하루 쉬고, 일하다 말고 힘드니 잠시 쉬고를 반복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당을 쳐 임금을 지불해야 할 집주인 입장에서는 애가 탈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빨리빨리가 익숙한 이주해 온 젊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육지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처음 해 보는 일들을 직접 해나기도 한다. 장비를 사고 옆 이웃들에게 물어 물어 집 짓는 과정에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배워나가며 골조를 세우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식이다.
특히 제주는 젊은 취향의 예쁘게 생긴 가구 사기가 워낙 까다롭다.
인터넷으로 보는 예쁜 가구는 <제주도 배송 불가>라는 타이틀이 늘 보이니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그러다보니 젊은 이주자들은 목공 작업장에 나가 나무를 재단해 원하는 가구를 직접 만든다.
처음부터 전문가가 있을까? 하지만 초보라고 하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솜씨를 뽐내며 직접 재단해 만든 가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책장부터 식탁, 의자, 뚝딱뚝딱 집짓기부터 곳곳의 인테리어를 구슬땀을 흘리며 감각적으로 완성해나간다. 이제는 그러한 모습은 흔하디흔한 이주자들의 삶이라면 삶이다. 도시에서는 쉽게 소비하고 버려지고 했던 것들이 손때 묻은 시간과 정성을 통해 무언가 재탄생되기도 하니 생각해보면 청정 제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제주와 어울리는 자연소재들로 만들고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 번쩍이는 대리석이 아닌 제주 돌담과 감귤나무와 아주 조화롭게 연결되는 그러한 것들은 누가 보아도 과하지 않아 아름답다. 제주를 소비의 대상이 아닌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며 의식 있는 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콘텐츠와 마인드는 제주를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제주 한 달 살아보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육지에 사는 이들은 늘 제주의 로망을 품고 내면에 본인이 가진 꿈을 펼쳐보고 싶어 한다. 누구든 할 수 있고 누구든 꿈 꿀 수 있는 곳, 제주.

아마도 그것은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제주를 이만큼 사랑하기에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일구고 싶은 재주꾼들. 재주 많은 이들이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여 사는 곳. 장비를 빌려주고 일손을 거들고, 서로서로 둥근 마음으로 안아주는 따스함. 애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에 오늘도 재주꾼들의 이야기가 사방으로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