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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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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어느덧 제주살이 7년차

2019년 어느덧 제주살이 7년차

by 라라 여행작가 2019.02.13

올겨울은 참 따뜻하다. 이렇게 겨울이 가는 걸까?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봄을 맞을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하다. 작년 겨울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때는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를 반복했었다. 그 덕에 한라산은 얼마나 멋있었는지, 1100고지는 마치 북유럽 어딘가처럼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겼고, 멀리 가지 않아도 나의 집 앞은 그저 소담스레 돌담에 쌓인 눈으로 아름다웠다. 한 해 한 해 내가 나이를 먹듯 세상 만물이 변하듯, 날씨도 변화한다. 어느덧 나는 제주에 온 지 7년 차가 되었다. 아니 언제 이 시간이 흘러갔단 말인가? 문득 새 달력을 보며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것 같은 이 시절을 기억한다.
제주에 내려오고 어느 때보다 참 열심히 매 순간을 살았다.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계절 앞에서 나는 맹렬하게 집중했다. 도시의 삶과 다르게 모든 계절을 즐김에 앞서 나의 포지션은 변화했다. 제주에 와서 많이 달라진 삶이라면 바로 그것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밭을 갈고 다시 새로운 작물을 심는 이웃 할망의 분주함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마늘을 심는구나, 이제 무를 수확하는 계절이군, 콜라비를 수확하네! 시금치를 심는 계절이야! 봄동이 올라오고 있어> 도시에서는 몰랐던 것들. 이제는 산책길에 동네 곳곳의 밭을 보며 작물의 모양을 보고 척척 말하는 나를 보고 도시의 친구는 그걸 어떻게 아냐고 놀라지만, 실은 뭐 별거 아닌데 나도 제주에 와서 그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일 뿐. 내 삶은 어느새 많은 것들이 변화해 자연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내가 먹고 입고 살아가는 모든 원초적인 것들에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지난날, 정신없이 바쁘고 타인의 시선에 사로 잡인 소비적인 도시의 삶에서 나는 자주 흔들렸었다. 제주로 내려와 살며 의식적으로 삶의 방향과 태도를 생각하며 적절한 비움과 채움을 알게 된 후 어느새 제주로 내려온 7년의 시간만큼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가게 된 것 같다. 시간의 흐름처럼 의식의 흐름도 잘 익은 포도주처럼 숙성되어 갔다.

새롭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도 도시와는 다른 느낌으로 특별해진다. 제주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내가 이곳에 머문 횟수만큼 삶의 이상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제주 토박이들 또는 제주로 이주한 도시 사람들, 또는 제주를 떠난 사람들. 7년 동안 도시에서 내려온 ‘육지것’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누군가는 빨리 정리하고 떠났고,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늘도 여전히 노력하고, 누군가는 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씁쓸하게 웃기도 하는 곳. 아아... 내가 벌써 제주에서 7년을 살았구나! 2019년에는 우리네 삶에 또 어떤 일들이 다가올까?

계절의 흐름을 즐기며 봄에는 나물을 캐고 여름에는 바다에 풍덩 들어가고 가을에는 도시락을 싸서 오름을 오르고, 겨울에는 눈 덮인 한라산을 보러 가겠지. 변함없는 일상을 소소히 즐기며 제주의 삶은 계속되리라. 올해도 우리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힘차게 시작하기를!

여행작가, 라라.
애월에서 소규모숙소<달빛창가302호>를 운영, 여행서 <연애하듯 여행>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