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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야기

이주민이야기 : 소소한 제주 이야기

너는 꽃

너는 꽃

by 제주교차로 2019.06.20

요즘 날씨는 산책하기 딱 알맞은 계절이다. 제주의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이 섬은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온종일 부드럽게 섬을 관통하고 있다. 마을 어귀를 산책하는데 한 무리의 어린 친구들이 지나간다. 교복을 입고 앳된 얼굴로 보아 이제 열일 곱쯤 되었을까?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울까? 어린 숙녀들의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문득 저 나이 때의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본다. 또래의 친구만 곁에 있다면 뭐든 즐겁고 재미있었던 시기, 그 시절의 나도 저렇게 웃음을 참지 못해 늘 까르르 친구들과 모여 한바탕 장난을 치며 다녔던 것 같다. 곁에 있는 친구만 있다면 뭐든 최고였던, 내 곁에 친구만 보였던 시기. 우리는 모두 인생의 그 시기를 지나오지 않았나 싶다.
웃음이 예쁜 친구들이 그렇게 지나가는 길에는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모양도 어쩌면 그렇게 다르고 색도 다양한지 여러 모양의 꽃망울이 마을을 알록달록 꾸며주고 있다. 바람을 타고 걷는 길 곳곳에 들꽃들이 풍성하게 흔들린다. 예쁜 꽃의 자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숙녀들은 꽃에는 관심도 없이 친구들과 한참 수다를 떨며 지나간다.

이 아름답고 예쁜 꽃을 왜 어린 나이 때는 잘 바라보지 않는 걸까? 가던 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찰칵 찍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나이가 있는 분들이다. <저 꽃을 좀 봐, 어쩌면 잎이 이렇게도 아름다울까?> 허리를 숙여 꽃을 자세히 살펴보는 노년의 아주머니는 소중한 보석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발길을 멈추고 안경을 들어 올려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나는 꽃보다 그 여인을 더 바라본다. 꽃을 보는 나이, 꽃을 알아주는 사람,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읽는다. 그리하여 그 꽃은 비로소 꽃으로 피어난다. 누군가 보아주니 꽃은 더 화창하게 피어오른다. 오 아름다운 사람이여! 꽃에 눈길을 주는 당신이 있어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어릴 때는 꽃을 꽃으로 보지 못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그 나이 때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꽃잎의 피고 짐이 보이고 나무의 움직임이 보이고 푸른 잎의 잉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왜 어린 나이에는 꽃을 보지 못할까? 그건 바로 그 시기가 꽃이기 때문이지. 본인 스스로가 꽃이기 때문에 밖을 볼 수 없다. 나이가 들어 꽃이 보이는 그 시기, 비로소 너의 꽃이 지기 시작하면 너의 눈에 차오르는 꽃. 우리는 나이가 들어 진정 꽃을 보게 된다.

꽃처럼 아름다운 너, 꽃처럼 피고 지는 인생. 결국 아름다운 건 꽃을 아는 당신.
그렇게 너는 꽃!
-여행작가, 라라
애월에서 소규모숙소<달빛창가302호>를 운영, 여행서<연애하듯 여행>저자.